[진도 여객선 침몰] “단원고 교감, 죄책감에 힘들어 했다”
입력 2014-04-19 03:34
숨진 채 발견된 안산 단원고 강모(52) 교감은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상황을 자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자들의 죽음이 확인될 때마다 인솔책임자로서 큰 죄책감을 느꼈다고 주변 교사들이 전했다. 동료 교사들은 “자상한 성격이었는데…”라며 또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18일 오후 강 교감 사망 소식을 접한 김진명 단원고 교장은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지라고 했는데 본인이 거부했다”며 “책임감이 강했지만 마음은 여린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김모 교사는 “솔선수범하시는 분이었다. 정이 많고 자상했다. 정말 자상한 분이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 교감은 공주대 사범대 ROTC 출신으로 윤리 교사로 교편을 잡아왔다.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사고 당시에도 제자들과 후배 교사들을 구하려고 분주하게 뛰어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고 당일 오전 8시50분쯤 학교에 전화를 걸어 “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오전 9시11분쯤에는 김 교장에게 “배가 15도 정도 기운 상태로 정지돼 있다”고 재차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사고 직후 헬기로 구조됐으며 인근 섬으로 옮겨졌다. 구조 당일에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한 교직원은 “지병인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지만 않았어도 배에 남았을 분이었다. 구조된 뒤 죄책감에 너무 힘들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체육관에 남아 구조 상황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몸을 추스른 강 교감은 어민에게 부탁해 고깃배를 타고 세월호 침몰 해역으로 이동, 수색·구조 상황을 지켜보다 육지로 나와 목포해경에서 사고 상황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후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며 제자들과 후배 교사들의 생환을 기다려왔다.
교직원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옷가지를 챙겨 진도로 내려온 부인에게 “왜 내려왔느냐”며 화를 내고 돌려보냈다. 몇 시간 뒤 한 학부모로부터 ‘뭐 하러 여기(진도) 있느냐’는 항의를 받고 “면목이 없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자취를 감췄다. 이날 밤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단원고 교장과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자리에도 보이지 않았다. 모습을 감춘 강 교감을 걱정한 경기도교육청 관계자와 단원고 교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수색에 나섰고 다음 날 오후 4시5분쯤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 교감은 지갑에서 발견된 유서에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감은 1987년 교사로 임용된 뒤 2년 전 교감으로 승진해 인근 고교에 근무하다 올 3월 단원고에 부임해서 한 달 반 정도 근무했다. 안산에 거주하는 강 교감은 부인과 1남 2녀를 두고 있다.
진도=김유나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