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단원고 교감, 죄책감에 힘들어 했다”
입력 2014-04-19 02:30
숨진 채 발견된 안산 단원고 강모(52) 교감은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상황을 자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시각각 제자들의 죽음이 확인될 때마다 인솔책임자로서 큰 죄책감을 느꼈다고 주변 교사들은 전했다. 학생들에게 윤리와 도덕을 가르쳤고 평소 강한 책임감을 보였다고 한다. 동료 교사들은 “자상한 성격이었는데…”라며 또 다시 큰 충격에 휩싸였다.
18일 오후 강 교감 사망 소식을 접한 김진명 단원고 교장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지라고 했는데 본인이 거부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김 교장은 “책임감이 강했다. 17일 밤 학부모님들께 사과 말씀을 드리기 전에 밖으로 나가시는 것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 늘 솔선수범하고 능력 있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평교사들도 강 교감이 자상한 성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3학년 담당인 허모 교사는 “정 많고 일 처리 깔끔하고 책임감이 많으셨다. 그래서 더 힘들어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모 교사는 “원래 배려심이 많으시고 학생과 교직원 입장에서 늘 겸손하셨던 분이었다. 항상 다른 사람을 생각하시던 분이었는데 이번 사고로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김모 교사는 “정이 많고 자상했다. 정말 자상한 분이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교직원은 “교감 선생님이 당시 배 안에서 제자들과 후배 교사들을 구하려고 분주하게 뛰어다녔다고 들었다”며 “구조되고 나서도 지병인 당뇨로 저혈당 쇼크가 오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체육관에 남아 구조 상황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공주대 사범대 ROTC 출신인 그는 윤리 교사로 교편을 잡아왔다.
다른 교직원은 “말 그대로 도덕군자 같은 분”이라며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지만 않았어도 배에 남았을 그였지만 구조된 뒤 죄책감에 너무 힘들어하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고 말했다.
강 교감은 사고 당일 오전 8시50분쯤 학교에 전화를 걸어 “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오전 9시11분쯤에는 김 교장에게 “배가 15도 정도 기운 상태로 정지돼 있다”고 재차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사고 직후 헬기로 구조됐으며 인근 섬으로 옮겨졌다. 구조 당일에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지난 17일 밤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아 교직원 등이 경찰에 신고했다.
강 교감은 사고 당일 구조된 뒤 어민에게 부탁해 고깃배를 타고 세월호 침몰 해역으로 다시 이동했다. 구조 상황을 지켜보다 육지로 나와 목포해경에서 사고 상황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17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단원고 교장과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강 교감이 교장과 함께 학부모들에게 사과하려 했으나 격앙된 분위기 탓에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교감은 1987년 교사로 임용된 뒤 2년 전 교감으로 승진해 인근 고교에 근무하다 올 3월 단원고에 부임해서 한 달 반가량 근무했다. 안산에 거주하는 강 교감은 부인과 1남2녀를 두고 있다.
안산=황인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