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유람선 침몰] 합수부, 뺑소니 선장에 ‘최대 무기刑’ 가능한 법조항 적용

입력 2014-04-18 20:25 수정 2014-04-19 02:35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는 출항 준비부터 사고 발행, 이후 비상상황 대처 방식까지 곳곳에서 불법과 무능, 안전 불감증 등 대형 참사의 각종 요소를 안고 있었다. 특히 승객과 배를 버려두고 탈출했던 선장 이준석(69)씨에게는 도주선박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유기치사 등 과거 선박 사고 때는 볼 수 없던 엄중한 법조항이 적용됐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부실한 준비 속 지연 출항=세월호는 지난 15일 오후 9시쯤 재앙의 그림자를 드리운 채 인천항을 떠났다. 짙은 안개 때문에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30분 정도 늦은 출항이었다. 이날 인천항을 출항한 선박은 세월호가 유일했다. 하루 종일 심한 안개 때문에 다른 배들은 모두 일정을 취소했다. 세월호에는 승객과 승무원 475명이 탔고,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박스 등 화물 1157t이 실렸다. 그러나 세월호는 인천항 운항관리실에 승선여객 450명, 차량 150대, 화물 657t이라고 엉터리 보고를 했다.

전문가들은 이후 사고 상황을 봤을 때 화물이 제대로 결박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급격한 방향전환 때 묶어둔 육중한 화물이 이탈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의 균형을 무너뜨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생존 선원은 “컨테이너를 3~4층으로 쌓은 뒤 쇠줄이 아닌 일반 밧줄로 묶어 놓았다. 배가 급격히 선회하면서 밧줄이 끊어졌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부)는 출항 상황을 담은 인천항 주변 CCTV를 확보했으며, 화물 결박 상태를 확인·승인하는 해운조합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가 지연된 만큼 항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평형수(선박 수평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물) 탱크에 저장된 물을 배출했다가 안정성을 잃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형수를 줄이면 배가 가벼워지고 부력이 커져 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실제 사고 당일 세월호의 평균 속도는 20노트(시속 약 36㎞)로 지난 11일 평균인 17노트보다 3노트 빨랐다.

한편 세월호는 지난 2월 해경 심사를 통과한 운항관리규정 역시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에 따르면 세월호는 열흘에 한번씩 소화훈련과 인명구조, 퇴선, 방수 등 해상인명 안전훈련을 시행해야 한다. 또 6개월마다 충돌, 좌초, 추진기관 고장 등 선체손상 대처 훈련 및 해상추락 훈련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에서 이런 훈련이 실시된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위험 항로를 신참에게 맡긴 선장=제주를 향해 남동쪽으로 운항하던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48분 맹골수도(孟骨水道·진도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의 해역)에서 급격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맹골수도는 거센 조류와 안개 때문에 업계 안전운항 규정에 ‘위험항로’로 분류되는 곳이다. 여기서의 무리한 ‘변침’(變針·항로 변경)이 침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조타실 책임자는 입사한 지 4개월 된 3등 항해사 박모(26·여)씨, 조타수는 세월호 운항 경력 5개월인 조모(55)씨였다. 두 신참은 오전 8시부터 선박을 조종하고 있었다. 당시 선장 이씨는 조타실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부랴부랴 조타실로 달려 왔다.

합수부는 우선 선박 조종에 미숙함을 드러내며 사고를 낸 박씨와 조씨 모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선장과 선원이 먼저 탈출한 것은 명백한 ‘불법’=세월호는 선박 이상 징후 발생 7분 뒤인 8시55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제주VTS)에 조난 신고를 했다. 5분이 지난 뒤 제주VTS는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퇴선을 준비하도록 요청했다. 해경 역시 9시6분 무선교신에서 “즉시 구명조끼를 착용시키고 구명벌을 투하하라. 안내방송을 내보내 승객들을 대피시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세월호는 “선내 방송 시스템이 (침수로) 고장나 방송을 할 수 없다”고 응답했고, 이후 교신이 끊겼다.

이씨는 이 직후 일부 선원들에게 탈출을 지시했다. 그는 9시30분쯤 조타수, 갑판장, 기관장 등과 함께 배를 빠져나와 9시50분쯤 해경에 구조됐다. 이씨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구조선 탑승자 명단에 직업을 ‘일반인’으로 적었다.

반면 이씨가 내팽개친 선박 안에서는 “움직이지 말고 방안에서 기다리다”는 안내방송이 오전 10시 무렵까지 계속됐다. ‘승객을 안심시키는 방송을 하라’는 지휘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생존 직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승객들에게 “바다로 뛰어내릴 준비를 하라”는 방송은 결국 배 안에 물이 가득 찬 10시 15분에야 나왔다.

합수부는 이씨의 이런 몰지각한 행태에 대해 유례없이 엄한 처벌 조항을 적용했다. 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시키고 도주해 버린 ‘뺑소니 사범’으로 취급하겠다는 뜻이다. 합수부 관계자는 “대형 해난사고의 경우 초동 조치가 인명 구조의 성패를 좌우하는데도 선장이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국민적 공문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승무원이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먼저 배를 이탈한 점은 묵과할 수 없다”며 엄중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