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그래도 갈길 바쁜데… 구조조정 금융사들 연이은 잡음
입력 2014-04-19 02:37
창사 52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힌 대신증권이 회사의 입맛에 맞게 설문조사를 벌여 직원들을 호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신증권 외에도 장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다른 금융사들도 속속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사내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18일 대신증권 노동조합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전날 정책 설명회를 열고 상반기 중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설문조사 결과 직원 중 67.7%가 희망퇴직제도를 도입하자는 데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대신증권 노조는 “설문 결과가 희망퇴직을 고를 수밖에 없게 작성됐다”고 비판했다. 대신증권은 설문조사의 한 항목에서 ‘전략적 성과관리제도는 어떻게 개선되었으면 좋을지 하나만 선택해 달라’고 물었다. 답변은 ‘현행제도 유지’ ‘최초 시행 취지에 맞도록 개선 운영’ ‘교육 효과를 증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연계 운영’ ‘타사와 같은 구조조정제도(희망·명예퇴직) 도입’ ‘기타 대안’의 다섯 가지였다. 직원 대다수는 ‘타사와 같은 구조조정제도 도입’을 택했다.
대신증권 노조는 ‘전략적 성과관리제도’가 사실상 직원퇴출제도로 알려져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답으로 고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전략적 성과관리제도에 들어간 직원들에게 이행하기 불가능한 목표를 주고 달성하지 못할 경우 모멸감을 느끼는 교육을 실시했다”며 “이 프로그램으로 관둔 직원이 100~15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설문조사는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전반적인 생각을 묻는 것이었다”며 “설문조사가 아니더라도 회사 구성원 내에서 희망퇴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략적 성과관리제도 때문에 퇴직한 이는 10~20명 정도고 나머지는 자연 감소한 직원들”이라며 “희망퇴직은 원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지독한 침체기인 탓에 구조조정에 따른 갈등은 다른 금융사에도 이어지고 있다. 56개 지점을 통폐합하기로 한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영업본부장에게 각 지역 지점장에 대한 평가자료를 작성토록 해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HMC투자증권에는 지난 17일 창립 이후 처음 노조가 설립됐다. 낮은 임금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생명은 이날 500~600명의 인력을 직원 동의를 전제로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로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사내 게시판에 공지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