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실종자 가족 가슴에 대못박는 허위 문자 “제발 그만”
입력 2014-04-19 02:57
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두 번 울리는 허위 메시지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침몰한 배 안에 ‘생존자’로부터 왔다는 문자메시지는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끝까지 찾아 사법처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18일에도 세월호에 탑승한 사촌언니가 보냈다는 문자메시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확산돼 소동이 벌어졌다. 여객선이 침몰한 16일 오전 7시36분 한 학생이 사촌언니에게 ‘오늘 수학여행 간다며? 잘 다녀와! 기념품 잊지 마’라고 안부를 묻자, 언니는 ‘그래 알았다. 다녀올게’라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배가 기울기 시작한 오전 9시25분에 ‘언니가 기념품 못 사올 것 같아…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겼고, “그게 무슨?”이라는 동생의 물음으로 대화는 끝났다. 이 대화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퍼졌고,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이는 중학생들의 장난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메시지를 올린 학생의 친구가 “아는 언니가 배에 탔다는 친구의 말에 같이 꾸민 짓”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실토한 것이다. 비난이 커지자 메시지를 올린 중학생은 “오늘 트위터를 탈퇴하겠다. 거짓말쟁이는 사라져야죠. ○○양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안녕히”라는 트윗을 남겼다.
지난 16일에는 “지금 여기 배 안인데 사람 있거든. 아무것도 안 보이는 데 남자애들 몇몇이랑 여자애들 울고 있어. 나 아직 안 죽었으니까 사람 있다고 좀 말해줄래”라는 문자메시지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경기도 김포에 거주하는 한 초등학생의 장난으로 밝혀졌다.
그밖에도 “아직 생존해 있다” “식당 옆 객실에 6명이 있다”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난다” 등 충격을 줬던 메시지는 모두 실종자의 휴대전화에서 발송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자들로부터 왔다는 메시지가 언론의 주목을 받자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어린 학생들이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인터넷 악성 게시물을 모니터링해 신속하게 조치할 계획”이라며 “각 인터넷 포털 사이트 운영 회사에도 악성 게시물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언어 살인이나 다름없는 허위 글이 SNS에 넘쳐나는데 방통위가 뒤늦게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라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