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네 식구 웃음소리 가득했을 이곳이… 권양 가족 제주 집엔 우편물만 덩그러니
입력 2014-04-19 02:42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극적으로 구조된 권모(5)양의 가족이 제주에서 귀농생활을 하며 머물려 하는 보금자리는 작은 텃밭이 달린 아담한 2층 집이다. 제주시 한림읍 ‘금오름’ 인근 중산간 마을 도로변에 자리해 전원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진입로와 이어진 앞마당과 텃밭은 권양과 실종된 오빠(6)가 뛰어놀기에 충분해 보인다.
네 가족이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내려와 살아갈 이 집에는 현관문 틈에 끼워진 우편물만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래전 제주에서 생활하다 서울로 올라온 아버지 권모씨는 귀향을 꿈꿔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는 아이들과 베트남 출신의 아내와 함께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짓기 위해 다문화가정이 많이 사는 이 동네에 집을 구했다.
아이들이 다닐 어린이집은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다. 초등학교도 인근에 있다. 권씨는 지난달에도 가족들과 이곳을 찾아와 집을 둘러본 뒤 어린이집에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
이들을 맞았던 어린이집 교사 임모(37)씨는 “참 화목한 가족이었고 아이들이 정말 밝고 예뻤다”며 “어린이집 모든 식구가 권양의 부모와 오빠가 무사히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권씨는 임 교사에게 “선생님, 이제 이사 날짜가 잡혔어요. 곧 내려갑니다”라고 말했다고 임 교사는 전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