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르포] 선체 3·4층 객실, 식당에 공기 집중 주입

입력 2014-04-19 02:32 수정 2014-04-20 16:44

세월호 침몰 사흘째로 접어들어서야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은 속도가 붙었다. 18일 작업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됐다. 에어포켓(배안에 공기가 남은 공간)에서 버티고 있을지도 모를 생존자를 위해 선체 내부에 공기를 주입하는 작업이 첫 번째다. 동시에 배 안으로 진입해 안정적으로 생존자를 수색할 수 있는 루트를 개척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다이버들이 산소통을 메고 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물 밖에서 고압호스를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줄 잠수’ 방식이 시도됐다. 기존 산소통 방식은 수중 작업시간이 짧아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에어포켓’을 찾아라=구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5분부터 공기 주입이 시작됐다. 공기 주입은 다이버들이 번갈아가며 수중용 에어 컴프레서로 공기를 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컴프레서는 세차장 등에서 사용되는 먼지떨이용 바람처럼 공기를 모아줬다가 쏘는 장비다. 다이버들은 바다에 뛰어내리기 전 산소 공급 호스를 시험했다. 그들이 호스를 들고 버튼을 누를 때마다 ‘칙칙’ 거센 공기바람 소리가 해안가를 울렸다.

다이버들이 세월호 외부에서 에어포켓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찾아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배 윗부분이 잠수함처럼 밀폐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틈새를 찾아 호스로 내부에 공기를 주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생존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층 객실과 식당, 4층 일부 객실 등에 집중적으로 공기를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날 오후부터 선체 내부에 대한 수색이 가능해지면서 공기 주입이 더욱 원활하게 진행됐다.

군은 세월호가 부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리프트 백(공기주머니)을 설치했다. 군 관계자는 “수색·구조 작전에 투입된 해군 잠수사들이 세월호가 부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리프트 백 1개를 선체에 걸어놓았다”며 “추가로 35t급 리프트 백을 25개까지 설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리프트 백을 걸어놓으면 배가 추가로 가라앉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수중 작업 환경이 개선된다. 해군은 35t급 리프트 백 25개를 대형 수송함 독도함(1만4000t)에서 실어 사고 해역으로 옮겼다. 군 관계자는 “침몰 여객선 곳곳에 리프트 백을 설치하면 공기주머니의 부력이 배를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며 “수중 수색·구조 작업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전 보이는 수색·구조작업, 기적의 생환 소식은…=전날까지 지지부진했던 작업이 이날 한꺼번에 진전을 보였다. 기상 여건이 좋아지고 이날부터 작업시간이 긴 ‘산소줄 잠수’ 방식으로 수색작업을 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이버들은 산소통을 메고 선체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빠른 물살과 전방 10㎝도 보기 어려운 탁한 시야, 기상 악화까지 겹쳐 난항을 겪었다. 게다가 산소통 방식으로는 잠수시간이 짧아 장시간 작업이 불가능했다. 수중에서 실질적으로 작업하는 시간이 5분 정도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공기 줄을 매달고 들어가 장시간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주로 민간 구조업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수중 작업을 하며 한번 잠수에 1~2시간씩 수색작업을 펼칠 수 있다.

선체 내부 탐색을 담당한 다이버들은 구조함에서 휴식을 취하다 정조시간이 되면 10명이 고무보트를 타고 사고해역 주변에서 대기하다 순서대로 선체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선체에 리프트 백을 달거나 선체 진입이 가능한 부분이 어디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15~20분 작업을 한 뒤 배로 올라와 탐색 결과를 현장 지휘관에게 보고했다.

다이버들은 이날 세월호 외부에 유도라인 설치를 마무리했다. 내부 진입로를 만드는 바로 전 단계다. 유속이 빠르고 시야가 탁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내부 진입로로 진입하려면 외부에 유도라인을 설치해야 한다. 수면 위 부표에 고정된 로프는 선두에 있는 잠수부가 손으로 잡거나 손목에 묶어 선체로 향한다. 유도라인은 선체의 날카로운 부분에 끊어지지 않는 질긴 소재의 로프를 사용한다. 다이버들은 선체에 고정된 유도라인을 따라 잡고 내부 진입 통로까지 이동한 다음 본격적으로 내부로 들어가 수색작업을 펼치게 된다. 이날 다이버들은 시야가 흐리기 때문에 손을 더듬으면서 이동하면서 손망치로 소리를 내 혹시 에어포켓 안에 있을지 모를 생존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선체 내부에서 수색 중 생존자를 발견할 경우 잠수부는 생존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산소 공급이 가능한 헬멧을 씌워 수면 위로 이동한다. 시신을 발견했을 경우 시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팔로 감아 선체 밖으로 빠져나온다.

그러나 내부 수색은 난항을 겪었다. 다이버들은 물 흐름이 멈추는 정조시간대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선체 진입을 시도해 오후 3시38분쯤 배의 2층 화물칸 출입문을 열고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 화물칸에 진입한 잠수요원들은 화물칸에 쌓인 화물이 너무 많아 밖으로 다시 나왔고 이후 선체 외부와 연결된 가이드라인이 끊어지면서 곧바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출신 잠수 전문가는 “이번 사고 현장의 경우 가시거리가 10∼20㎝에 불과하고 조류가 강해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보다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이버들은 구조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날씨와 상관없이 수중 수색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잭업 바지’를 해경에 요청했다. 해저에 사각형의 파일 4개를 박아 넣은 뒤 네 귀퉁이에 바지선을 끼운 형태인 잭업 바지는 파고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 안정적인 다이빙 근거지 확보가 가능하다. 많은 다이버의 동시 수색이 가능해진다.

진도=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