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국가재난대응 시스템도 ‘침몰’…또 우왕좌왕

입력 2014-04-19 03:31 수정 2014-04-20 15:41


총체적 난국이다. 세월호 실종자 구조 작업의 정부 지휘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현장 상황과 판이한 미확인 사실을 잇따라 발표·번복하며 우왕좌왕해 실종자 가족의 고통만 가중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에 내려가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상주하며 지휘하지만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3박4일 수학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아이들은 여전히 차가운 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8일 오전 11시쯤 해경 잠수요원들이 세월호 내부로 들어가 식당칸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궂은 날씨 탓에 지연돼온 수색·구조 작업을 애타게 기다렸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 발표에 다시 정신을 추스르고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붙잡았다.

그러나 상황은 불과 1시간여 만에 번복됐다. 정오쯤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해경 관계자는 “식당칸 진입은 사실이 아니며 선체에 공기주입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그제야 “해경이 맞을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그러더니 오후 10시에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진도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존에 발표했던 세월호 탑승자 수 475명을 476명으로, 구조자 수 179명을 174명으로 정정했다.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나서다. 해경 관계자는 “승선명부를 작성하지 않은 채 배에 탄 사람도 있고 구조자 중에도 유사한 이름이 많아 혼돈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중대본은 그동안 탑승자·구조자 수와 사망자 인적사항을 잘못 파악해 수차례 정정하며 혼란을 ‘생산’해왔다. 결국 정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실종자 대표 10명이 이날 오후 진도 팽목항에서 김수현 서해해경청장을 불러내 “우리 눈앞에서 직접 구조 명령을 내리라”며 함께 배를 타고 구조 현장에 가기까지 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는 해경·해군·민간 구조대원들이 바닷속 선체 내부에 진입해 생존자 구조를 위한 사투를 벌였다. 오후 2시30분쯤 민간 잠수사 2명이 갑판 외곽 조타실에 접근해 수중 이동을 위해 유도선(가이드라인)을 설치했고, 마침내 오후 3시26분 선체 2층 화물칸에 진입했다. 오후 6시30분쯤부터는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대원 2명이 학생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층 객실 진입을 시도했다. 구조대는 밤새 다각도로 선체 내부를 공략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성윤 광주지검 목포지청장)는 선장 이준석(69)씨와 3급 항해사 박모(26·여)씨, 조타수 조모(55)씨 등 승무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부는 이씨에게 특가법상 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했다. 지난해 7월 신설돼 처음 적용되는 조항으로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형법상의 유기치사, 업무상과실선박매몰,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합수부는 사고 당시 이씨 대신 선박을 몰았던 항해사 박씨와 조타수 조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구난구호법 위반,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혐의를 적용했다. 또 청해진해운 인천 본사 및 제주 지사와 선박 검사 업체 등 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진도=김유나 박요진 기자, 목포=문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