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인들, 중국인 상대 ‘웨이보 외교’

입력 2014-04-19 02:03

각국의 정상급 정치 지도자들이 중국을 상대로 ‘웨이보 외교’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실명으로 가입해 중국 국민들과 직접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웨이보를 개설한 정치 지도자가 속한 나라와 중국 간 관계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들 중에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 등이 포함돼 있다. 경화시보(京華時報)는 최근 중국 최대 웨이보 사이트인 신랑(新浪) 웨이보에 가입한 외국 정치인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200명 가까이 된다고 전했다. 국제기구 대표 중에는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이사회 상임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두드러진다.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하기에 앞서 실명으로 신랑 웨이보를 개통했다. 뒤이어 6일에는 처음으로 글을 올렸다. 중국 네티즌들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서로 직접 의사소통을 하게 돼 크게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국가 정상 국빈방문의 경우 해당 양국의 외교 부문이 방문에 앞서 이러한 사실을 공식 발표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페레스 대통령은 색다르게 자신의 방중 사실을 웨이보에 먼저 알림으로써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네티즌들은 페레스 대통령이 올린 글을 10일 저녁까지 2500차례 퍼 날랐다. 이에 대한 댓글도 4300여 차례나 달았다. 불과 며칠 만에 페레스 대통령 웨이보 계정에 대한 팔로어가 17만명이나 됐다. 페레스 대통령은 귀국하는 날에는 “이스라엘로 돌아간 뒤에도 웨이보를 통해 중국 네티즌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밝혀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어가 유창한 러드 전 총리는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는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식 이름도 갖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그를 ‘라오루(老陸)’로 부르면서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외국 지도자들이 웨이보에 올리는 글은 단순히 중국 국민과 교류하는 내용에서부터 정치, 경제, 안보 등 무거운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이 가입한 웨이보 계정은 본인 대신 해당국 주중 대사관이나 전문인력이 관리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중에는 팔로어가 수백만명이나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웨이보 외교는 전통적인 외교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랑, 텅쉰(騰訊), 왕이(網易) 등 웨이보에 가입한 중국 네티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억명이 넘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