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혁명가? 슈퍼맨?… 예수를 바라보는 시선들

입력 2014-04-19 02:31


최근 성경 이야기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쏟아지고 국내에서도 ‘신이 보낸 사람’ ‘시선’ 등 이른바 ‘기독교 영화’가 상영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수를 사회 혁명가로 정의한 도서 ‘젤롯’이 출간되고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파피루스 조각에 쓰인 잉크가 위조가 아니라는 미국 학계의 발표가 나오면서 ‘오랜만에’ 예수 논쟁이 일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

미국에서도 논쟁이 됐던 ‘젤롯’은 예수는 하나님이며 구세주가 아니라 사회 혁명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이유를 젤롯 혁명에 연루돼 모반과 폭동 혐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은 종교학자로서 20년 이상을 성경과 외경, 고대 문서 등을 깊이 연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근거로 그는 4복음서에 예수의 신성이 더 많이 기록된 이유는 AD 66년 발생한 반로마 폭동 이후 흩어진 유대인들이 기독교를 선교하기 위해 그와 같은 내용을 끼워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원래는 혁명적 유대 민족주의자였던 예수가 평화적인 영적 지도자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본주의적, 종교사회학적 접근에 의한 해석일 뿐 기독교의 진리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장이다.

기독교 변증가인 박명룡(큰나무교회) 목사는 일반 역사와 비교해 볼 때 신약성경의 역사적 신뢰성은 탁월하며 4복음서의 기록보다 앞섰던 바울 서신서들도 예수의 하나님 되심을 증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수가 혁명가라는 주장은 일부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 목사는 “만일 예수가 사회적 혁명만을 주장하다가 죽었다면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목숨까지 내걸고 예수의 부활을 증거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총신대 신현우(신약학) 교수도 “예수가 혁명가라면 군사적, 정치적 혁명을 일으켰어야지 십자가의 길을 갈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예수는 오히려 변질된 유대종교를 개혁하려 했던 개혁가였고 그래서 유대인들의 미움을 받았던 것”이라며 “예수를 혁명가로 보는 것은 19세기에 나온 주장”이라고 말했다. 당시 예수를 혁명가로 해석한 관점은 주관적 연구라는 점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그동안 예수를 바라보는 학자들의 견해는 다양했다. 신화적 인물(이얼 도헐티)에서부터 사회 변혁의 예언자(리차드 홀스리), 묵시 예언자(바트 어만), 헬라 영웅(그레고리 라일리), 유대 민족 혁명가(로버트 아이젠만), 지혜 선생(존 도미닉 크로산) 등이다. 유대교나 이슬람교에서는 랍비나 선지자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 크리스천들은 이처럼 다양한 관점 중에서 과연 어느 주장이 실제 예수의 모습을 밝혀주는 타당한 증거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는가를 봐야한다. 박 목사는 “신약성경과 신약 배경사(史), 일반 역사 등과 비교 분석하더라도 복음서의 기록은 역사적으로 매우 신뢰할 만하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고려신학대학원 최승락(신약학) 교수는 “다양한 모습 가운데 어느 하나의 측면만 선택해 예수의 모습 전부를 대변할 수 있다고 보면 오산”이라며 “예수는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말한 그대로 받아들일 때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예수는 자신이 밝힌 것처럼 세상 죄를 속하러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다.

‘예수 폐위’의 저자 대럴 복과 대니얼 월리스는 “예수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길은 그가 다른 이들이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하신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는 우리를 하나님께 더 가까이 이끄시려고 오셨다”고 말했다.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배덕만(역사신학) 교수는 “영웅을 갈망하는 이 시대는 예수마저 슈퍼스타로 이름 붙였다”며 “인류의 비극은 세속의 영웅과 성경의 예수를 혼동하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사야서가 묘사하는 메시아를 예로 들며 “교회 안에서도 권력과 명성, 승리를 상징하는 세상의 영웅과 메시아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정직하게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