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 새 소망 선물로 주시다… 부활의 삶 사는 사람들
입력 2014-04-18 20:57 수정 2014-04-19 02:50
내일은 부활주일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세상의 빛이고 소망이다. 2014년 이 시대에 던져진 부활신앙은 무엇인가. 광야 같은 힘겨운 시간을 지나 부활의 삶을 사는 이들을 통해 ‘부활신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본다.
이들의 부활신앙은 ‘거듭남’이고 절망 속에 있는 우리를 건져낸 ‘되살림’이다. 고난이 끝이 아니라 은혜라고 입을 모았다.
부활은 거듭남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에서 만난 이용선(75·횡성감리교회) 장로는 핼쑥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이야기할 땐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평생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은 저를 건져주셨습니다. 그것은 육체적 죽음에서가 아닌 두려움, 이기심이란 영적인 죽음에서의 건져짐이었습니다.” 담낭암 4기. 이 장로는 현재 둘째 딸 집에 기거하며 항암치료 중이다.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고통 속에 은혜를, 어둠 속에 희망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칠십 평생, 이 장로의 삶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제재소를 운영하던 그는 출근길에 모래 실은 25t 트럭과 정면충돌하고 뒤에서도 화물차에 받치는 사고를 당했다. 순간 ‘이젠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눈을 떠 보니 무릎만 다쳤다고 했다. 기적이었다. 당뇨 치료차 횡성에서 농사짓다가 협착증으로 고생할 때도 치유의 손길을 경험했다. 지난달 몸 전체가 조이는 증상과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아내 최정혜(70) 권사도 네 번의 대수술을 받으면서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회복됐다.
이런 삶의 고비를 겪으며 이 장로가 깨달은 건 “나는 매일 새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소망 없는 자의 눈에 보이는 삶은 불행이지만 부활의 소망을 가진 이들에겐 더없이 아름다운 삶이다. 이 장로 역시 날마다 죽고 날마다 새로워지는 부활의 삶을 통해 소망을 발견하고 있다.
예수님의 부활은 이처럼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새로운 삶, 소망의 삶을 살게 한다. 이 땅에서 살지만 근본적으로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에 동참하며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사는 것이다. 일산 로고스교회 안성우 목사는 “부활신앙을 가진 우리는 완성될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순례자요, 청지기로 살아야 한다”며 “청지기로 산다는 건 우리에게 맡겨진 영혼을 돌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워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활은 바로 지금이다
제6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신앙시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이진환(63·예향교회) 집사의 ‘오래된 울음’은 부활신앙의 결정체였다. “…고요란 것이 자연스럽게 들어서서 허기지는 저녁 같아/ 모든 생명이 소망을 기도하는 시간이 아닌가/ 두려움의 들녘에서 울던 오래된 울음이/ 징역살이하듯 갇혔던 가슴으로 번지고 있다/ 기도를 물고 돌아오는 새들의 소리다.”
‘각시’ 최봉희(52) 집사와 매일 묵상하면서 이 시를 썼다. 각시는 이 집사가 아내를 부르는 애칭. 자녀가 없는 부부는 연애 때처럼 지금도 애칭을 부르며 산다. 현재 부부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이 집사는 1990년대 초반, 보증을 잘못 서서 전 재산을 잃었다. IMF사태까지 겹쳐 취업의 길은 꽁꽁 얼어붙었다. 술주정이 일상이었던 남편 옆에서 각시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며 기도했다. 이 집사는 “그때 각시가 기도와 인내로 나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디 노숙인 원로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시가 손을 잡아줘 잃어버렸던 믿음도 되찾았고, 공사장에서 일도 시작했다. 지금은 하수구 냄새를 제거하는 시공 사업을 친구와 함께 한다. 하지만 형편은 어렵다. 더 마음 아픈 건 각시가 2013년 12월 유방암 판정을 받고 현재 여섯 차례 항암치료를 받고 투병 중인 것이다. 아직 두 번 더 남았다. 수술도 해야 한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고난의 길이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롬 8:18) 부부는 이 말씀으로 새 힘을 얻는다. 이 집사는 “구원이나 부활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이라며 “부활은 내가 ‘믿습니다’라고 고백하는 동시에 바지를 추스르고 졸라매는 허리띠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심과 걱정, 눈물 없는 곳이 천국이라면 부부는 이 땅에서 천국의 삶을 살고 있다.
영남신학대 김동건 교수는 “부활신앙은 ‘과거’에 일어난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지금’ 생생히 살아서 나의 삶 속에 있고 우리가 숨 쉬는 사회 안에 있고 고통받고 소외된 자들 옆에 있다는 고백”이라고 그의 저저 ‘신학이야기’에서 정의했다.
부활은 □□□다
지난 15일 기자의 전화를 받은 탤런트 임동진(70·용인 열린문루터교회) 목사는 한의원에서 치료를 막 끝내고 나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드라마 ‘정도전’에 캐스팅됐는데 몸이 아파 하차했어요. 자율신경실조증에 과로까지 겹쳤다는데, 제가 참 아둔한 것 같아요. 목회 자리를 지키라는 하나님의 깨달음이 그제야 오더라고요.”
그럼에도 그는 고난주간 새벽 강단에 매일 올라 가슴을 치며 부르짖었다. ‘주여 삼창’을 외치며 자신을 깨뜨렸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실 때 이미 우리의 죄를 다 안고 가신 겁니다. ‘너희들 때문에 내가 죽는다. 그러니 다 끝났어.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나만 믿고 따르면 돼.’ 이게 부활신앙의 핵심입니다. 주님의 따스한 손길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를 보세요.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면 소망을 갖고 콧노래를 불러도 시원찮은데, 가룟 유다처럼 흥정하고 있어요. 기독교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 같아 가슴이 많이 아파요.”
임 목사는 2000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1년 뒤 발병한 뇌졸중으로 죽음의 문턱에 섰었다. 담당 의사가 “장례를 준비하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기사회생했다. 다시 받은 생명, 어떻게 살아야 할까. “부활의 본질은 예수님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살면 돼요. 예수님처럼 아파하고 걱정하고, 병든 자 눌린 자 갇힌 자를 돌보는 것입니다.”
최영경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