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보공단 담배소송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4-04-19 02:32
흡연의 폐해는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연세대 지선하 교수 연구팀 공동연구에 따르면 2012년 전체 사망자 26만7200여명 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21.8%인 5만8100여명에 달하고 흡연에 따른 진료비 지출은 연간 1조7000억원에 이른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해도 심각하다.
담배에는 60여 가지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 선진국에서는 모든 암 사망 원인의 30%가 흡연이라고 밝혀진 바 있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는 암이고 그중에서 남녀 사망 원인 1위가 폐암이라는 통계는 흡연이 질병과 사망을 부를 수 있음을 방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KT&G·필립모리스코리아·BAT코리아 등 국내외 세 곳의 담배 제조사를 상대로 53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이번 소송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공공기관이 처음으로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인이 국가나 KT&G를 상대로 낸 4건의 소송은 모두 패소했다. 지난 10일에도 대법원은 담배회사의 위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미국 등의 사례를 보면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자료 공개를 꺼리는 KT&G와 달리 외국 회사인 필립모리스와 BAT는 이미 해외 담배소송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공개해 승산이 있다고 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9년 담배회사의 책임을 물어 필립모리스에 7950만 달러의 징벌적 배상을 선고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담배회사가 암 유발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 은폐하고 니코틴 함량을 조작했다는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주기도 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1.8%로 세계 평균 31.1%보다 훨씬 높다. 정부가 그동안 ‘담배는 개인의 기호품’이란 이유로 흡연문제를 소홀히 다루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도록 방치해온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가격정책이나 소송 등을 통해 담배 규제에 적극 나서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