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고난주간
입력 2014-04-19 02:03
참담한 고난주간을 보냈다.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국민 모두의 마음이 무겁고 우울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두려움과 고통에 떨었을 어린 생명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게 죽어야만 했던 아이들의 죽음과 내 아이를 돌려 달라고 절규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아프게 느껴졌다. 밤잠을 설치고 새벽기도를 갔다. 성경 속에서 빌라도가 예수님을 재판하고 있다. 예수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군중이 소리쳤다.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못 박으소서.” 예수님은 끝까지 침묵하셨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오면서 “하나님이 살아계시는가”를 소리치면서 예수님을 못 박는 사람들의 아우성을 듣는다. 발걸음이 무겁다. 갑자기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마음이 아프냐? 생명줄 던져라.’
우리는 지금 어린 형제들이 물속에 빠져 죽어가는 것을 목도하며 가슴 아파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영혼이 수장되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우리는 보지 못했지만 많은 영혼이 물속에 빠져 살려 달라고 소리치고 있다. 어린 청소년들이 세상의 물결 속에 휩쓸려 영혼이 죽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예수님이 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셔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그분은 구원이시다. 그러나 우리는 구명보트를 내리지 않고 도망쳐버린 선원들에게 분노하면서도 나에 대해서는 분노할 줄 모르는 크리스천이다. 우리는 구명보트를 내려야 했다. 지난 주간 시드니 거리에서 단 두 마디로 사십년간 전도했던 프랭크 제너의 두 마디가 왠지 입에 빙빙 돌았었다. “Excuse me sir, Are you saved?(선생님, 구원 받으셨습니까) If you died tonight Are you going to heaven?(당신이 오늘 밤 죽는다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까)” 차가운 물속에서 죽어간 아이들의 영혼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크리스천이라면서도 크리스천으로 살지 못하는 내 죄 때문인 것 같다. 얘들아 미안하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