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춘곤증
입력 2014-04-19 02:03
금년에는 예년과 달리 봄소식이 빠른 것 같다. 꽃도 지난해에 비해 꽤 일찍 개화했다. 봄은 우리 곁에 성큼 와버렸다.
추위로 몸서리쳤던 겨울을 생각하면 한낮의 따뜻한 햇살은 정말 반갑다. 반가움도 잠시, 쌀쌀했던 오전과는 달리 불쑥 올라간 기온으로 졸음이 살살 오는 오후쯤 우리 몸에 나타나는 현상, 춘곤증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 현상을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기온과 기초대사량 사이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기초대사량은 우리 몸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로 자율신경계라는 말초운동신경계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자율신경계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운동계를 말하는 것으로 심장이 좋은 예다.
예컨대 심장 박동은 우리가 깊은 잠에 빠져서 편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생명 유지를 위해 계속되고 있다. 그런 것이 어디 심장뿐인가. 소화관의 평활근, 호흡기의 평활근, 비뇨기계의 평활근 등등 모두가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아있음의 표시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때 사용된 모든 에너지를 합해 기초대사량이라고 정의한다. 이렇듯 우리 몸이 알아서 쓰는 에너지는 밖의 온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즉 밖의 온도가 높으면 기초대사량도 올라간다. 한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이 더위에 쉽사리 지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를 기초대사량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한여름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활동을 한 일도 없는데 집에 돌아오면 지쳐서 녹초가 되곤 하는데 이는 높이 올라간 밖의 온도에 의해 증가된 기초대사량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를 지치게 한 것이다.
그래서 주로 여름철에 보신탕을 챙겨 먹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는 반대로 기초대사량이 극도로 낮아져 있다. 밖의 온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추운 겨울에 피곤함을 덜 느끼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렇게 낮아진 기초대사량에 적응돼 있던 몸이 봄으로 향해 가면서 밖의 온도가 올라가 갑자기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이에 반응해 기초대사량은 즉시 오르게 되는데 우리 몸의 질서는 겨울의 행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즉 에너지 요구량은 늘어났는데 이에 대한 반응(에너지원 흡수율, 대사 관련 호르몬 분비 등)이 과거와 같아 상대적으로 에너지 부족을 느끼게 되고 일시적으로 2∼3주간 지속된다.
춘곤증이라는 피곤이 계속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에너지 섭취를 늘리게 되고 몸도 거기에 맞춰 새로운 질서에 부응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춘곤증은 극복된다. 따라서 춘곤증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나는 아주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봄이 되면서 춘곤증이라 생각되는 피곤감이 오래 지속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춘곤증에 의한 피곤감이 아닐 수 있으니 정밀한 진단을 받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갑자기 증가된 에너지 사용에 부수돼 발생이 증가된 활성산소량도 춘곤증을 가중시키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른해지는 봄철에 비타민C 등의 적절한 항산화제 복용은 봄철의 나른함을 극복하는 적극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내일은 부활주일이다. 사방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많은 봄꽃들도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할 요량이다. 고난당하신 예수님이 부활하신 의미를 되새기며 춘곤증으로 나른해진 봄을 활기찬 계절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