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칼럼] 이 엄청난 참사 앞에서
입력 2014-04-19 02:02
너무나 큰 충격입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475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16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사망자 12명에 284명이 실종상태라고 합니다. 구조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릅니다.
특히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참변을 당했습니다. 학생들, 인솔교사들, 예비부부들, 환갑 여행차 승선한 초등학교 동창생 등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 여행이라는 벅찬 기대 속에 세월호에 승선했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꿈, 기대했던 여행의 꿈이 다 날아간 채 무수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이런 사고는 영화에서나 보고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 땅에, 우리에게 일어났습니다. 여러 가지 사고 원인이 있겠지요. 사고 당시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지 않아 더 큰 화를 불러왔고 그래서 인재라고 합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도 아직은 분분합니다. 수사 당국에서 밝혀내겠지만 선체 결함이 아닌가 하는 의혹과 배가 암초에 걸려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기도 하며 운항 중 급회전을 잘못해 화물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기울었다고도 합니다. 또 항로가 잘못되었다고도 합니다. 사고 후 잘못된 대처로 더 큰 사고가 생겼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구조용 보트 대부분이 아예 작동을 못했고 구명조끼도 부족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선장과 선원 몇 사람은 사고가 나자 곧 탈출했다고 하여 유가족과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반면에 그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를 희생하면서 다른 승객들을 구조하는 데 힘쓴 승무원도 있고 승객들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구조에 힘을 쓰고 있지만 기후상 높은 파고로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빨리 한 생명이라도 구조해야 되는데 그것이 지연되니 가슴이 더 아픕니다. 언론에 나타난 대로 배가 기울고 침몰해가는 순간에 스마트폰으로 가족, 부모님들께 보낸 문자 메시지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엄마, 배가 반쯤 기울었는데 나, 구명조끼 못 입었어요’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 ‘어떻게 해, 엄마 안녕. 사랑해’ ‘엄마, 배가 반쯤 기울어져서 아무것도 안 보여, 바다밖에 안 보여’ ‘얘들아, 내가 잘못한 것 있으면 다 용서해줘, 사랑한다’….
어떤 실종자 가족은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내용을 전하며 배 안에서 찍어 전송된 사진을 보고 울부짖기도 합니다. “내 새끼 어쩌나, 어쩌나…” 실신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가족의 죽음, 그리고 생사를 모르는 이들의 울부짖음, 꽃 같은 우리의 자녀들. 그 어둡고 캄캄함 속에서 가라앉는 배, 차가운 바닷물이 들어찰 때 얼마나 무섭고 놀랐을까. 갇혀서 나갈 수 없는 그곳에서 얼마나 울부짖었을까요. 필자는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나 글쓰기가 힘듭니다.
성경에 야곱의 통곡이 나옵니다. 그는 열 두 아들들 중에 요셉을 가장 사랑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의 편애로 형제들이 요셉을 시기하게 됩니다. 형제들은 요셉을 애굽에 팔아버리고 숫염소를 죽여 그 피를 요셉의 옷에 발라 아버지 야곱에게 가져갑니다. 그리고 요셉이 아마 짐승에게 잡아먹혀 죽은 것 같다고 거짓 보고를 합니다.
야곱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 요셉이 죽은 줄 알고 ‘악한 짐승이 그를 잡아먹었도다. 요셉이 분명히 찢겼도다’하며 자기 옷을 찢고 굵은 베로 허리를 묶고 오래도록 그의 아들을 위해 애통했습니다.
다른 자녀들이 위로했지만 야곱은 그 위로를 받지 않고 ‘내가 슬퍼하며 스올로 내려가 어둠에게로 가리라’하며 울었습니다.
다윗이 밧세바와의 잘못된 관계에서 낳은 아들이 앓아 죽게 되었을 때에 다윗은 그 아이를 위하여 하나님께 간구하는데 금식하며 밤새도록 땅에 엎드렸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은 모든 산 자의 아픔이요, 슬픔입니다. 특히 가족, 자녀들의 죽음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의 무슨 말이, 무슨 글이 진정한 위로가 되겠습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계속해서 한 생명이라도 구조되어지기를 기도합니다.
한국교회는 같은 아픈 마음으로 슬픔을 당하신 모든 분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김경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서현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