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김정은의 헤어스타일
입력 2014-04-19 02:12
머리 모양과 색깔에 따라 외모는 몰라보게 달라진다. 실제 나이보다 젊게 보이기도 하고, 늙게 보이기도 한다. 성년이 되면 스스로 헤어스타일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나 제복과 죄수복을 입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제 맘대로 머리 모양을 낼 수 없다.
어머니들은 갓난아기들의 배냇머리를 밀어주곤 한다. 머리숱이 많아지고 굵어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산모(産毛)를 깎는 시기와 방법까지 자세히 소개돼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배냇머리 삭발과 머리숱은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두발 자유화가 시행되기 전 중·고교 남학생들은 거의 빡빡머리를 하고 다녔다. 머리가 긴 학생을 적발하면 학생 주임이 바리캉을 들이댔다. 앞이마에서 정수리까지, 또는 귀 언저리에서 정수리까지 ‘고속도로’를 냈다.
고교를 졸업하자 반항하는 심정으로, 자유의 상징으로 장발을 한 남학생들이 적잖았다. 까까머리 상태에서 앞머리가 입술 아래, 뒷머리가 목덜미 아래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렀다. 호리호리한 남학생이 이런 머리를 하고 있으면 뒤태만으로 남녀를 구분하기는 힘들었다.
1979년 12·12사태 이후 권력을 휘어잡은 ‘신군부’는 이듬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른바 ‘사회악 일소’에 나섰다. 폭력범과 사회풍토 문란사범을 소탕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무자비한 인권탄압을 자행한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한 군·경은 철저하게 장발을 단속했다. 치도곤을 당하지 않으려면 머리 기를 자유를 포기해야 했다.
군 시절 말년 병장은 눈치껏 머리를 반(半)사회인처럼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등병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요즘에는 머리 전체나 일부, 심지어 몇 가닥만 염색하는 젊은이들이 꽤 있다. 정년이 다가오는 회사원들은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려고 허옇게 센 머리를 검게 물들이기도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헤어스타일이 외신을 탔다. 머리 둘레를 바짝 치고 앞머리를 올린 그의 헤어스타일이 모히칸족의 머리 모양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미국·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한 유명인사의 얼굴에 모히칸족 헤어스타일을 적용한 합성사진까지 떠돌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김 제1비서가 세계 평화 정착을 위해 주목 받는 날은 언제일까.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