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남녀종별선수권 여고부] 단원고 탁구 ‘눈물의 우승’ 스매싱
입력 2014-04-18 03:03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를 당한 16일 이 학교 탁구부 선수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를 뛰고 있었다. 준결승과 결승을 앞두고 희비를 가르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친구들이 살아있기를 바라면서 투혼을 불살랐다. 그리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여전히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친구들 소식이 눈물을 쏟아냈다.
단원고는 17일 충남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0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단체전 결승에서 울산 대송고를 3대 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차전에서 부전승을 거두고 2, 3차전에서 이천 양정여고와전남 영산고를 각각 3대 0으로 완파하며 승승장구하던 단원고는 전날 안양여고와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비보가 날아들었다.
2학년 학우들이 탄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보도였다. 선수들은 오후 3시 준결승전이 시작되기 전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접전 끝에 안양여고를 3대 2로 물리쳤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직 배 안에 갇혀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2학년 안영은과 박세리 선수의 충격은 더 컸다. 만약 이번 대회 출전 대신 수학여행을 선택했다면 자신들도 친구들과 춥고 어두운 바다 깊숙한 곳에 갇혀있었을 터였다.
울산 대송고와의 결승전에 나선 안영은, 박세리, 박신애, 노소진은 “집중하자”는 짧은 말 한마디만 나눴다. 대송고 응원단도 경기 내내 이따금 구호만 외칠뿐 환호성 없이 숙연한 분위기에서 관전했다.
단원고는 결승전에서 3대 1로 승리했다. 지난해와 같이 대회 전관왕을 차지한 단원고는 이날 우승으로 단체전 2연패를 달성했지만 선수들이 부둥켜안고 흘린 것은 기쁨의 눈물이 아니라 학우들을 잃은 슬픔의 눈물이었다.
경기 후 오윤정 코치는 “친구들이 힘든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더 정신력이 강해졌던 것 같다”며 하염없이 눈물만 쏟았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