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해외 전문가 시각은… 대형 선박 객실 특정 수 이상 침수땐 급속 침몰
입력 2014-04-18 03:36
세월호와 같은 대형 여객선이라도 일정 부분 이상 내부 구획이 침수되면 빠른 속도로 침몰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천과 제주 항로를 주 2회 운항했던 세월호는 6825t급 페리호로 국내에서 운항하던 여객선 중에서는 대형에 속한다. 대형 여객선의 경우 사고에 대비해 내외부의 충격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돼 있지만 내부에 침수구역이 늘어나면 배 자체의 무게 등으로 인해 급속히 침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국립아테네기술대의 선박설계연구소장 아포스톨로스 파파니콜라우는 세월호 같은 대형 여객선의 경우 갑판 아래 구획별로 나뉜 객실 15개 중 2개까지 물이 차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면서 하지만 침수구역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면 침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각 객실 출입구가 완전히 닫혀 안으로 물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파니콜라우는 차량이 적재된 상갑판까지 물이 들어차면 배가 빠른 속도로 전복된다며 배가 기울면서 많은 사람이 안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게 돼 인명피해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세월호 조사팀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영국의 선박 안전 전문가도 “선박은 격벽으로 나눠진 공기방울 구조가 기본”이라며 “공기방울에 일정 정도 이상 구멍이 크게 나면 배는 빠르게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침몰을 지연시키기 위해 새로운 선박 설계와 하중 분산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선박의 기본 구조는 지난 100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해안경비대의 피터 보인턴 대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처럼 큰 규모의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뒤 빠르게 침몰한 것을 보면 사고 선박이 상당한 손상을 입어 대규모 침수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승객들이 사고 직전 ‘꽝’ 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에 대해 “안에 실린 화물이 내부에서 충격을 가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