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民心에 밀리는 黨心… 인물보다 親朴 명함만 믿다가 고배

입력 2014-04-18 02:16

지방선거 경선서 드러난 黨心-民心 괴리

새누리당 6·4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 현상이 나타나자 친박(친박근혜) 주류 쪽에 비상이 걸렸다. 친박 주류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비박(비박근혜) 성향의 홍준표 현 지사와의 경남도지사 경선 대결에서 패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진도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경선 일정이 연기되긴 했지만 서울 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을 포함한 격전지에서 친박의 연패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만약 남은 주요 경선에서 친박의 패배가 이어질 경우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의 위기’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이들은 치밀한 자체 분석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심’ 오더 안 먹히나=부산·경남(PK)에 지역구를 둔 한 친박 중진 의원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더’가 안 먹혔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친이(친이명박) 지역’이었던 PK가 친박들의 대거 진출로 ‘친박 지역’이 됐지만, 초선들이 대부분이어서 ‘박심’이 먹히지 않고 조직 장악력이 세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경선결과에 대한 표심 분석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경남도지사 경선에서 홍 지사는 당원·국민 선거인단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4506표를 얻어 4079표를 득표한 박 전 시장에 427표 차이의 신승(辛勝)을 거뒀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제외한 당원·국민 선거인단 합산에서는 238표 차이로 격차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오더는 여전히 먹히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홍 지사가 당 대표를 지낸 중앙정치의 거물이고, ‘현역 프리미엄’까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박 전 시장의 선전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도 있다.

◇인물 경쟁력에서 밀리는 친박=결국 경남도지사 경선 결과가 주는 교훈은 인물 경쟁력이 밀리는 후보가 ‘박심’만을 믿고 당선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남은 경선에서도 친박의 지원만을 믿고 인물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장 경선의 경우 친박 서병수 의원이 비박인 권철현 전 주일본 대사와 박민식 의원과 대결하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서 의원이 권 전 대사에 밀리고 있다. 인천에서는 친박의 지원을 받는 유정복 의원이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접전을 벌이고 있고, 충남도지사에 출마한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 강원도지사 후보인 정창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도 친박 후보지만 열세에 놓여 있다.

특히 가장 불안한 곳이 서울시장 경선이다. 사실상 친박이 지원하고 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정몽준 의원과의 경쟁에서 큰 차이로 뒤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부산 등 영남은 새누리당의 텃밭이기 때문에 인물 경쟁력에서 밀리는 후보들도 선전할 수 있지만 여야의 접전지인 수도권과 충청도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비박 후보들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 당직자는 “2인자를 잘 키우지 않은 박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도 영향이 있다”며 “반사체는 있어도 발광체가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지방선거 전략으로 내세운 점도 중앙정치의 ‘오더’가 잘 먹히지 않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 재선 의원은 “기초선거 무(無)공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박심에 의한 낙점 지적이 나오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처럼 지침을 하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