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딸 찾아오겠다” 40代 학부모 바다에 뛰어들어
입력 2014-04-18 03:54
가혹한 밤이었다. 사고 발생 이틀째인 1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 선착장에 모인 실종자 학부모 200여명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악의적인 유언비어에 현혹돼 환호성을 터뜨리기도, 사고 현장에 들어갔던 민간인 다이버의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말에 절규하기도 했다. 이성을 잃은 아버지는 배에서 딸을 찾아오겠다며 속옷 차림으로 바닷물에 뛰어들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아비규환의 현장=밤 10시20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팽목항 선착장. 40대 후반 남성이 속옷 차림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내 딸이 죽었다. 딸에게 가겠다. 배를 달라. 배 안 줘도 거기(침몰 선박)로 간다.” 이를 지켜본 다른 실종자 가족이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말리는 과정에 누군가 손을 다쳐 멱살잡이와 주먹질이 오가기도 했다.
밤 11시쯤에는 군복을 입은 민간인 다이버가 학부모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놨다. 그는 “사고 현장에 다녀왔다. 도저히 물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미 기적도 없고 힘도 없다. 언론과 정부가 왜 숨기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일부 가족은 격앙돼 항의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학부모는 “그런 솔직한 말을 듣고 싶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생환의 희망이 점점 옅어지는 상황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버텨낼 힘도 잃어가고 있었다.
밤 11시20분쯤 진도실내체육관에선 김진명 교장을 비롯한 단원고 교사 12명이 학부모들 앞에 일렬로 선 뒤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김 교장은 “교장으로서 죽을죄를 지었다. 사과하려 했는데 그동안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학부모가 이들에게 물을 뿌리는 등 실종자 가족들은 좀처럼 분노를 참지 못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 괴문자 소동=진도실내체육관의 학부모들은 이날 하루 종일 실종된 자녀가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탈진 상태가 됐다. 경찰은 이런 문자메시지가 대부분 허위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오전 2시25분쯤 조용했던 학부모들 사이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여성이 “△△이가 살아 있다고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주변의 다른 학부모들이 몰려들어 “진짜냐” “몇 반이냐”고 물었다. 이 여성은 체육관 복도에 있던 학생의 어머니를 찾아가 “언니, △△이가 살아 있대”라고 외쳤다. 어머니는 울며 “내 딸 보러 가야겠다”면서 구급차를 타고 팽목항으로 떠났다.
오전 2시쯤에는 실종 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학부모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체 내 오락실에 단원고 2반과 10반 학생 4명이 갇혀 있고 그중 한 학생이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실종자들의 16일 정오 이후 카카오톡 메시지,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했지만 완전 침몰 이후 사용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종자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수색·구조작업에 지장을 초래한 최초 유포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이 허위로 확인한 메시지는 10여종이다. 경찰은 사자(死者) 명예훼손, 공무집행방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을 적용해 최초 유포자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진도=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