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만사 제쳐놓고 구조 나선 낚싯배 선장 박영섭씨 “바다가 무서운 줄 알기에 달려갔다”

입력 2014-04-18 03:41

박영섭(56) 선장은 9.7t급 낚싯배 명인스타호를 이끌고 16일 새벽 귀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개가 조금 짙었지만 파도가 잔잔해 평온한 귀항을 예상했다. 이때 긴급 무전 신호가 날아들었다. ‘병풍도 북쪽 1.5마일 해상 여객선 세월호 침몰 중’. 박 선장은 주저 없이 뱃머리를 돌렸다.

1시간20여분을 달려 도착한 현장은 기가 막혔다. 길이 146m, 폭 22m에 달하는 여객선이 침몰 직전 상태였다.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들은 시커먼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박 선장은 탄식을 삼키고 곧바로 해경과 함께 구조작업에 참여했다.

박 선장은 낚싯배를 세월호 바로 옆으로 몰아 승객들을 태웠다. 나이 지긋한 관광객과 수학여행을 온 안산 단원고 학생 27명이 그의 배에 올랐다. 모두 흠뻑 젖은 몸으로 추위와 공포에 떨었다. 누구도 말문을 열지 못했고, 공포로 울음을 터뜨릴 힘조차 잃어버린 듯했다고 박 선장은 회상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생사가 갈릴 위중한 순간이었다.

박 선장은 “모두 넋이 나간 것 같은 표정이었고 몸을 가눌 힘조차 없어 보였다”고 했다.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분들을 최대한 빨리 항구로 옮기는 것뿐’이라는 생각에 전속력으로 팽목항을 향해 내달렸다. 27명의 조난객은 1시간여 만에 도착했다. 이들은 뭍에 발을 딛고서야 울음을 터뜨렸다. 박 선장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배가 침몰하면 ‘이렇게 죽는구나’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뱃사람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선장은 17일에도 세월호 침몰 현장에 나갔다. 그는 “실종자가 발견되면 손을 보탤 일이 있을까 해서”라고 말했다. 박 선장은 “아직 200명이 넘는 사람이 갇혀 있다고 한다. 생존자가 있으면 얼마나 무서울까….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진도=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