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르포] 교사·학생 시신 9구 추가 발견… 전원 구명조끼 착용 상태

입력 2014-04-18 03:23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이틀째인 17일 민·관 공동 수색·구조작업이 본격화됐다. 잠수대원들이 여러 차례 선체 진입을 시도했지만 빠른 유속, 짧은 가시거리, 기상 악화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해경은 무인 로봇까지 동원하며 총력전을 폈으나 침몰 이후 한 차례도 선체에 진입하지 못했다. 구조작업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군·경 구조대, 기상악화 속 악전고투=해경 함정을 타고 찾은 사고 현장에는 5m 높이의 선수(뱃머리) 부분만 남아 물 위로 드러나 있었다. 선수 주위로는 해군 함정, 경찰 고속정 등 100여대의 선박이 구조작업을 위해 집결해 있었다. 해군과 해경 수색·잠수대원들과 민간 잠수부들은 살아있을지도 모를 생존자를 찾기 위해 거친 파도에 몸을 던지며 악전고투했다.

대원들은 뻘이 잔뜩 깔려 미끈하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닷속으로 잠수해 내부로 진입할 통로를 찾아 선체를 더듬듯 만지며 내려갔다. 그러나 채 1분도 안 돼 잠수한 선수 위치에서 100m가량 흘러간 선미 부분에서 대원들은 다시 고개를 내밀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거센 조류 탓에 선체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휩쓸려간 것이다. 힘겹게 고속단정에 오른 대원들은 조류가 거세 힘들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투 끝에 대원들은 선체 브리지까지 유도 라인을 설치했다.

기름 유출을 막기 위해 선수 주변에 쳐 놓은 주황색 오일펜스 바로 옆에 3~4명씩 고무보트에 나눠 탄 잠수부들도 보였다. 이들은 선수 근처를 맴돌며 입수 기회를 노렸지만 쉽지 않았다. 빠른 물살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오전 10시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주변 섬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굵어졌다. 바람도 강해져 해군 함정에 달린 태극기가 찢길 정도였다. 오후 들어서는 날씨가 더욱 나빠져 구조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잠수대원들은 밤 10시 마지막 정조시간을 이용해 선체 진입을 또다시 시도했다. 이틀째가 지나면 사실상 선내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선체 진입의 장벽은 높았다. 최고 잠수부들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체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실종된 교사와 학생 등 시신 12구가 추가로 인양됐다. 모두 세월호에서 100m 이내에서 발견됐고 전원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장을 실종자 가족들이 가까이서 지켜봤다. 세월호 선수의 30m 거리까지 접근한 P-12 해경 함정에는 파란색과 갈색 모포를 두른 실종자 가족 11명이 타고 있었다. 조카를 찾으러 왔다는 최모(44)씨는 “직접 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아예 물속에 잠겼는데 가망 없는 것 아니냐”며 울먹였다.

신속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의 염원을 안고 민간 구조대가 속속 합류했다. 한국잠수협회, 북파공작원(HID) 경기북부동지회, 한강수난구조대 등의 회원 20여명은 자체선박과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해군도 새벽에 도착한 독도함(1만4000t급)에 탐색구조단을 설치하고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구조현장지원본부장을 맡아 구조작업을 지휘했다. 현장에 투입된 구축함 대조영함에선 승조원 윤모(21) 병장이 함정에서 화물승강기 작업 중 머리를 다쳐 제주 한라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다.

◇구조작업 왜 더딘가=구조작업이 더딘 것은 바닷물이 일시 멈추는 정조(停潮)시간대에만 선체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조시간은 바닷물이 밀물에서 썰물로, 다시 썰물에서 밀물로 바뀌는 1시간가량이다. 하루에 오전과 오후 2차례씩 네 번뿐이다.

사고 해역의 특성도 구조작업을 힘들게 한 요인이다. 여객선이 침몰한 곳은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의 맹골수도 해역으로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벌인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센 곳이다. 물살은 최대 6노트에 달할 정도다. 해경 관계자는 “가만히 있어도 배가 5㎞는 그냥 가는 수준”이라며 “선수도 조금씩 이동해왔다”고 했다. 처음으로 사고가 발생한 곳은 병풍도 북단 2마일 해상이었지만 사고 하루 만에 선수는 조류를 타고 동거차도 남단 1.5마일 해상까지 밀려갔다.

해상에 부는 바람과 함께 높아진 파도도 구조작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서해안 특성상 뻘물이 올라오기 때문에 시야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 여객선 특성상 선체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아 한 번에 투입할 수 있는 구조요원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해경은 선체에 공기를 주입해 배를 2~3m 띄우려고 했으나 기상 악화로 실패해 다음날로 미뤄졌다.

진도=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