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안문 어머니회’ 항거

입력 2014-04-18 02:35

25년 전 17일은 천안문 사태의 ‘서막’이었던 ‘4·17 시위’가 벌어졌던 날.

이틀 전인 15일 갑자기 숨진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전국 각지에 확산되던 가운데 중국정법대학 교수와 학생을 비롯한 베이징 시내 학생들이 오후부터 천안문 광장을 향해 가두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인터내셔널가’를 불렀고 “자유만세! 민주만세! 법제(法制)만세! 인민만세!”를 외쳤다. 연도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환호와 지지를 보냈다. 저녁 7시 무렵에는 광장에 모인 학생과 시민이 수천명에 달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17일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이들이 후야오방에 대한 조사를 낭독하는 등 한밤중까지 해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상하이(上海)에서도 화둥(華東)사범대학, 푸단(復旦)대학, 퉁지(同濟)대학 학생들이 상하이 시정부 건물로 모여들어 시정부 지도자와의 만남을 요구하다 다음날 새벽 4시 해산했다. 상하이시 당서기 장쩌민(江澤民)은 철야 간부회의를 연 끝에 “후야오방 추모 활동은 정해진 장소에서만 하라”면서 “안정을 해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을 발표했다.

명보는 ‘천안문 어머니회’ 회원들이 천안문 사건 25주년에 즈음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희생자 가족을 만난 기록을 담은 ‘탐방실록’을 펴내려다 공안 당국에 연행됐다고 전했다. 천안문 사건이 발생한 지 25년이 지나는 동안 관련 실록 출판은 처음이다.

천안문 사건 당시 희생자들의 어머니 모임인 천안문 어머니회는 이 실록 인쇄를 위해 미국 뉴욕에 있는 인권 단체 ‘중국인권’으로 원고를 보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반년 동안 5명이 3개조로 나뉘어 전국을 돌면서 희생자 가정 21곳을 방문했다.

공안 당국은 지난 8일 실록 출판 준비 작업을 주도한 회원 5명을 연행해 반체제 조직인 ‘중국인권’에 실록 원고를 준 이유 등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천안문 어머니회 대변인 유웨이제(尤維潔)는 “우리는 이 실록을 국가 지도자들에 전달해 인민일보, 신화통신, 국영 CCTV 등이 실록 내용을 보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실록은 오는 26일 홍콩에서 정식 개관하는 ‘6·4 기념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천안문 어머니회 회장 딩쯔린(丁子霖·78)은 건강이 나빠져 유웨이제에게 회장직을 넘겨주기로 했다. 딩쯔린은 천안문 사건 당시 아들이, 유웨이제는 남편이 각각 사망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