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어머니의 용서… 아들 살해범 사형 집행 직전에 저지
입력 2014-04-18 02:34
한 남자가 교수대에 서 있다. 올가미의 감촉이 느껴졌고,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다.
7년 전 당시 20대이던 발랄은 이란의 작은 도시 로얀에서 사소한 다툼 끝에 압돌라 호세인자데(18)를 칼로 찔러 죽였다. 6년간의 재판을 거쳐 발랄은 사형 선고를 받았고, 공개 처형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디디고 서 있던 의자만 치워지면 생이 마감되는 순간, 압돌라의 엄마가 교수대로 다가왔다. 그리곤 발랄의 따귀를 때렸다. 용서한다는 뜻이었다. 함께 온 압돌라의 아버지는 엄마와 함께 발랄의 목을 감고 있던 올가미를 풀어줬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는 ‘눈에는 눈’이라는 뜻의 ‘키사스(Qisas)’를 문자 그대로 적용해 ‘받은 만큼 돌려주는’ 징벌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살인의 피해자 가족들은 살인범에 대한 사형 집행에 참여한다. 예외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용서를 할 수도 있다.
압돌라 부모의 용서로 발랄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징역형을 피해 자유의 몸이 되지는 않는다. 이란 형법에 따르면 희생자 가족의 권한은 사형 집행 여부에 한정돼 있다.
가디언이 17일 인용한 이란의 반관영 통신인 이스나의 사진 속에는 다음 장면이 나온다. 목숨을 구한 발랄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죽인 또 다른 아들의 엄마를 끌어안는다. 그 둘은 한동안 흐느꼈다. 한 명은 잃은 아들 때문이고, 다른 한 명은 목숨을 건진 아들 때문이다. 압돌라의 엄마는 압돌라의 동생도 교통사고로 잃었다고 한다.
압돌라의 아버지 압돌가니 호세인자데는 아들이 죽었을 때의 상황을 얘기했다. “압돌라가 친구들과 시장거리를 걷고 있을 때 발랄이 밀쳤었다. 화가 난 압돌라는 발랄에게 발길질을 했고, 그 순간 발랄은 다리춤에서 식칼을 꺼냈다.” 압돌라의 아버지는 발랄이 아들을 고의로 죽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압돌라의 부모가 발랄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엄마의 꿈속에 등장한 아들이었다. 압돌라의 아버지는 “3년 전 아내가 꿈을 꿨는데 압돌라가 ‘우리는 좋은 곳에 있다. 보복하지 마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내의 마음은 누그러졌고, 사형 집행이 되는 순간까지 생각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AI)의 바하레 데이비스는 “희생자 가족의 용서로 젊은 인생이 구원을 받았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의 키사스 규정 안에서는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사면을 받거나 감형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AI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사형 집행 건수는 369건이었다. 공식 통계일 뿐 실제는 700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서도 지난 12일까지 199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하루 두 명꼴이다. 사형집행 건수를 공개하지 않는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1위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인권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란의 공개 처형 방식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데이비스는 “공개 처형은 모멸적이고, 인간의 존엄과 양립할 수 없다”며 “더욱이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야수와 같이 비인간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