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성인 체세포 복제줄기세포주 확립 성공… 맞춤형 치료제 개발 길 열려

입력 2014-04-18 02:41


노인성 망막질환을 가진 환자 A씨는 기존 약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앞으로 A씨에게는 자가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신의 체세포를 활용해 망막상피세포를 분화시킨 뒤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본인의 체세포가 사용돼 면역억제제를 쓸 필요도 없다.

차병원의 이동률·미국 차병원의 정영기 줄기세포연구소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성인 체세포를 이용해 체세포복제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고 미래창조과학부가 18일 발표했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연구결과는 줄기세포 분야 국제학술지 ‘셈 스템 셀(Cem Stem Cell)’ 18일자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체세포복제줄기세포주란 체세포의 핵이 치환돼 만들어진 포배기배아로부터 유래된 줄기세포. 근육 뼈 등 모든 기관으로 분화가 가능하다.

인간 체세포를 활용해 체세포복제줄기세포주를 확립한 건 2013년 미국 미탈리포프 박사팀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미국 연구의 경우 태아와 신생아의 세포주를 이용했다. 이 때문에 환자 대부분이 성인인 상황에서 바로 치료에 활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차병원 연구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인 체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을 피하면서 난치성 질환의 원인을 치료할 수 있다. 이후 난치병 환자용 세포치료제 개발연구에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1차 연구에서 75세와 35세 성인 남성에게 피부세포를, 여성 3명에게 49개의 난자를 기증받았다. 우선 기증 난자에서 유전물질을 제거해 체세포와 융합한 뒤 체세포복제배아를 만들었다. 이어 5∼7일 배양해 정상적인 배아줄기세포주 1개(확립효율 2.0%)를 확립했다. 기증자인 남성 2인의 체세포에서 유래된 정상적인 유전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2단계에서는 4명에게 77개 난자를 받아 2개 배아줄기세포주(2.6%)를 확립했다. 역시 35·75세 남성 체세포와 유전물질이 같다.

정영기 교수는 “체세포복제줄기세포주의 확보에 난자의 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난자 내의 이러한 원인인자를 밝힌다면 체세포복제줄기세포주의 확립효율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차병원은 미국 기관과 함께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된 노인성 망막변성과 희귀 난치병인 스타가르트(유전성 망막질환)에 대한 임상시험을 세계 최초로 진행하고 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