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독교서회 서진한 신임 사장 “기독 출판산업 침체는 곧 한국교회의 위기”
입력 2014-04-17 19:29 수정 2014-04-18 02:10
“기독교 책이 안 팔린다는 것은 한국교회가 병들어 있다는 증좌입니다.”
서진한(59) 대한기독교서회 신임 사장은 1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독교 출판 시장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그는 “종교개혁 당시 구교도가 신교도를 색출할 때 집에 성경책이 있느냐를 결정적인 증거로 여겼을 만큼 기독교는 책의 종교”라며 “책 산업의 침체는 곧 교회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서 사장은 한국교회의 위기는 신앙과 신학의 괴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교회에는 신학이 없고, 신학에는 신앙의 열정이 없다”며 “한국교회가 유독 이단에 취약한 이유도 교회가 신학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학은 목회자나 신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한국교회 성도들을 신학의 기초 위에 바로 세우는 것이 위기 극복의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신학 전문도서 외에 평신도용 신학서 개발에 힘써 신학과 교회, 신학과 신앙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목회자-평신도 신학 아카데미’ 등 신학을 토론하고 공유하는 자리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또 “기독교 출판이 교회 성장, 기도, 간증 등에 집중돼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기독교의 역사, 문화, 문학, 성경 해석 등 기독교의 인문학 관련 출판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기독교 출판을 건실하게 만들 수 있다”며 “기독교 인문학 분야의 국내 저자를 발굴, 집중 후원하겠다”고 했다.
기독교서회는 1890년 문서선교를 위해 교단들이 모여 만든 한국교회 첫 연합기관이다. 따라서 선교 사역도 잘하는 동시에 경영 성과도 내야 한다. 서 사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오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선교와 비즈니스의 적절한 조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법인 찬송가공회와 찬송가 출판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서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그는 “교단의 공적 자산이 사유화되었고, 그것을 되돌리는 노력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 사장은 1994년 대한기독교서회에 입사해 20년간 출판업계에 몸담아 왔다. 한신대 및 대학원 신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신학연구소, 새누리신문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등을 거쳐 기독교서회 편집부장, 기획실장, 출판국장 등을 역임했다. 기독교서회 사상 123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승진한 대표가 됐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