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화산섬 제주 미학의 걸작 밭담

입력 2014-04-18 02:59


하늘에서 보면 제주는 커다란 그림판과 같다. 중앙에 한라의 큰 봉우리가 우뚝 솟았고, 북에는 제주시가, 남에는 서귀포시가 자리 잡았다. 해안을 도는 길들이 한 바퀴 두 바퀴 타원형을 그리고, 크고 작은 오름 둘레로 각종 작물을 심은 밭들이 조각보처럼 붙어 있다. 바다를 향해 흘러내린 지형 때문에 밭 모양은 같은 형태가 없다. 밭담이 드러내는 선도 각각, 색깔도 각각, 형태도 각각이다. 천년이 넘도록 농사꾼이 지어 온 대단한 걸작이다.

제주의 밭에는 굵은 선이 휘감아 돈다. 검은 빛 현무암을 쌓아 만든 밭담의 조화이다. 땅 모습에 따라 밭담의 크기와 길이도 달라진다. 목장이나 초지를 구분하는 담은 길게 뻗어갔고, 층층 밭을 나누는 담은 높낮이와 방향이 모두 다르다. 노란 유채꽃을 담아낸 담도 있고, 초록빛 보리밭 이랑을 감싸 안은 담도 있다. 홍당무 여린 빛을 두른 담도 있고, 조랑말 목장을 갈라놓는 담도 있다.

제주 밭담을 이으면 2만2000여㎞이다. 약 4만㎞ 지구 둘레의 반도 넘는 길이라 ‘흑룡만리’라는 말이 어울린다. 밭담은 땅을 가르는 경계란 의미를 넘어 삶의 지혜와 의지가 담긴 문화의 산물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제주 밭담이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보존 가치가 높다고 인정해서 4월 1일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했다.

최성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