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신문기사·만평 통해 본 대한제국 말기의 풍경

입력 2014-04-18 02:41


저잣거리의 목소리들/이승원(천년의상상·1만7000원)

대한제국이 파국으로 치닫던 무렵의 풍경은 어땠을까. 제국의 멸망을 목전에 둔 이들의 세상살이는 또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국근대문학을 공부한 문화학자인 저자는 당시 ‘대한민보’ 이도영 화백의 시사만평과 여러 신문의 기사를 중심으로 1900년대 사람들의 풍속과 문화 등을 들여다봤다. 한 몸으로 여러 겹의 삶을 살다간 그때 그 사람들의 생활을 저잣거리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저자가 스케치한 대한제국은 사람들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욕망이 부딪친 시기였다. 초등학생의 연설이 집회장을 감동의 물결 속으로 몰아넣었던 1898년 만민공동회 모습은 오늘날 ‘촛불집회’ 풍경과 다르지 않다. 일제가 감행한 단발령은 서구식 헤어스타일을 낳게 했다. 이왕 단발할 바에야 멋지게 하는 게 좋았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이발소였다. 이발사는 신종직업으로 부상했다. 1910년 2월 20일자 ‘대한민보’에 실린 시사만평은 친일파 이완용과 며느리의 불륜을 다룬 내용이다. 항간에 떠돌던 소문을 바탕으로 권력자의 성적 문란과 도덕적 해이를 꼬집은 것이다. 연극 공연장이 ‘부킹’ 장소로 활용되면서 이성 간 만남을 주선하는 ‘뚜쟁이’가 득시글거리기도 했다. 100여 년 전 혼돈과 격랑의 시기를 돌아보는 풍경이 아련한 역사 속으로 안내한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