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사고 때마다 반복되는 부끄러운 모습들
입력 2014-04-18 02:31
선장은 도망치고 정부는 허둥대고… 대한민국 왜 이러나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비행기가 추락할 수도 있고, 배가 침몰할 수도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형 사고를 수없이 겪었다.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수습을 잘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더없이 중요하다. 그런데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면 ‘대한민국은 아직도 아니다’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사실이다. 생존 승객들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이준석 선장은 구조요청 신고가 이뤄진 직후 배에서 탈출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씨가 탈출 전 조치한 것은 기관실에 연락해 승무원들의 대피를 지시하고 승객들에게 ‘객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라’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도록 한 것뿐이다. 선장이 탈출하는 걸 보고 몇몇 승무원들이 서둘러 따라나섰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사고가 나면 선장은 당연히 승무원들을 지휘해 승객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선장은 승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모두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선원법 조항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배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승객들의 탈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대피에 충분한 분량의 구명보트와 구명조끼가 있었지만 안내하고 도와줄 승무원이 거의 없었으니 무용지물이었다. 선장과 승무원들의 이런 무책임성과 비도덕성은 국제망신감이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이 고개를 들 수 없게 하는 부분이다.
정부 대응도 낙제점이다. 사고 당일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한마디로 ‘무대책’이었다. 본부장인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진도 현지에 내려가고 이경옥 안행부 제2차관이 본부를 지켰으나 대책은 고사하고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구조 독려에 따라 여러 부처에서 많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했지만 지휘체계가 불분명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1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총괄 지휘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본부를 구성했으나 총리의 현지 상주 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대형 사고 발생 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휘하는 위기관리센터와 정부 대책본부의 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하루 만에 사고 현지에까지 내려가는 등 총력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들에게는 어딘가 어수선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믿을 곳은 정부밖에 없다. 대책본부는 실종자 수색에 더욱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
이번 재난을 수습하는 데는 국민의 협조 또한 중요하다. 사고와 관련해 거짓 문자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은 범죄행위이기 이전에 피해 가족들의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 우리 모두가 언행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