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죽음 앞에서도 이웃 챙기는 이들이 아름답다
입력 2014-04-18 02:21
대참사(大慘事)를 빚은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승객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이들의 살신성인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고, 얼굴 한번 마주친 적 없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이들을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시대의 영웅들이다. 전 국민과 함께 숨진 이들을 애도하면서 영웅들의 고귀한 행동을 칭송해 마지않는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순간까지도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 주며 선내 안내방송을 했던 여승무원 박지영씨는 위기상황에서 참다운 승무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살신성인한 박씨의 행동은 사고가 나자마자 승객들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배에서 빠져나간 선장과 일부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태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승무원으로서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박씨의 죽음 앞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침몰 현장에서 승객 20여명을 구하고 마지막으로 탈출한 건축배관 설계사 김홍경씨도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김씨는 선박이 45도로 기울자 2층 객실에서 뛰쳐나와 누구보다 먼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6∼7m 아래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학생들의 애절한 모습이 눈에 밟혀 탈출을 뒤로 미뤘다. 자신이 물에 휩쓸리는 일촉즉발의 순간까지 목숨을 내놓고 학생들을 구한 것이다. 선박이 침몰할 당시 부모를 잃고 혼자 있는 권모(5)양을 안고 사력을 다해 갑판으로 올라간 승객 김모씨, 김씨를 도운 여고생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권양을 친언니처럼 가슴에 품고 구조를 기다린 여고생도 악몽의 현장에 나타난 ‘수호천사’나 다름없다.
빠른 물살과 흐린 시계(視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바닷속으로 뛰어든 해경·해군 구조대원들과 민간 잠수부들, 일손을 놓고 침몰 현장으로 달려간 어민들도 오래도록 국민의 기억에 남을 만한 영웅들이다. 모두 천안함 승조원 구조 과정에서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숭고한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