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낚싯배 이용 어둠·파도 뚫고 현장 찾은 부모들 오열

입력 2014-04-17 04:17


“오후 6시부터 잠수부 투입한다더니 다 뻥이었네 XXX들!”

안산 단원고 학부모 15명은 16일 저녁 진도 서망항에서 낚싯배를 빌려 어둠과 파도를 뚫고 여객선 세월호 침몰 해역을 찾았다. 자녀들이 수몰돼 있을지 모르는 선박 구조 현장이 드러나자 고성과 울음을 참지 못했다. 구조 소식을 기다리다 지친 이들은 오후 7시30분쯤 팽목항을 떠나 4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바닷바람 탓에 무척 추운 날씨였지만 가족들은 담요만 한 장씩 덮은 채 갑판을 떠나지 않았다.

침몰 현장에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등이 조명탄을 밝히고 작업 중이었다. 희미하게 구조현장이 드러나자 부모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트렸다. 일부는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했다.

그런데 잠수부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가족들 사이엔 걱정과 분노가 교차하기 시작했다. 이들과 동행한 해양구조협회 이동현 잠수부는 “큰 배가 와야 잠수부 투입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만한 배가 없다. 잠수부들이 투입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민간업체에서는 (잠수부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왜 안 들어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자기 자식들이어도 저렇게 하겠느냐”며 고함을 쳤다.

구조현장을 가까이 보기 위해 배를 몰고 접근하자 해양 경찰이 다가와 “구조작업 중이니 물러나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지금 무슨 작업을 하고 있다고 못 가게 하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10분쯤 사고현장을 둘러본 뒤 배가 기수를 다시 서망항으로 돌리자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학부모는 “우리 △△이 두고 어떻게 가. △△이 놔두고 못가”하며 오열했다.

실종자 가족 200여명이 모여 있던 팽목항에서는 오후 11시10분쯤 한 실종 학생에게서 ‘살려 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얘기가 돌면서 큰 소동이 일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 있는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은 한 여성이 “방금 진도 체육관에 있는 학부모한테 아이가 ‘살려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소리쳤다. 이에 가족들이 “우리 애들 아직 살아 있어. 왜 구조대 안 보내는 거야”라고 소리치며 일제히 울음을 터트렸다. 현장에 있던 경찰 등에게 물병을 던지며 “빨리 구조대 보내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다른 가족들은 “우리 희망을 갖자”며 서로 다독이고 해남소방서 등이 설치해 놓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오후 4시40분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이동진 진도군수는 잇단 실언으로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군수는 “170명 구조했다는데 왜 안 보이느냐. 어디서 오길래 이렇게 늦었느냐”는 가족들 질문에 “뉴스를 보고 현장에 가면서 ‘안 가도 되는 걸 가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항의하자 “나한테 이러지 말라. 나도 이렇게 크게 될지 몰랐다”고 실언을 이어갔다. 이 군수는 격해진 학부모들의 욕설을 들으며 현장을 떠났다. 진도=글·사진 박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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