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해결 일단 마주 앉긴 했지만…
입력 2014-04-17 03:06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가로막아온 최대 과거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 당국 간 협의가 16일 시작됐다. 한·일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를 단일 의제로 한 협의를 개최한 것은 처음으로, 앞으로 양국 간 공식협상이 본격화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 확연히 달라 해결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장시간이 소요되는 게 불가피하다.
◇한·일 현격한 입장 차이 재확인=양국 정부 대표인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동아시아·대양주국장은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외교부 청사에서 군 위안부 문제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나 양측의 기본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정부 당국자는 “오늘은 첫 협의인 만큼 양측의 기본입장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협의 진행방향을 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번 협의에서 현재 55명의 생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일본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일본의 법적인 책임 인정, 사죄, 그에 따른 배상 또는 보상’ 등 3가지를 일본 측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하라 국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해결된 사안으로, 법적인 책임과 보상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부는 협의 시작과 함께 이뤄지는 양측 대표의 모두발언은 물론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5월 후속 협의 개최엔 합의, 사실상 정례화=이번 협의에서 합의된 것은 5월 일본에서 후속 국장급 협의를 개최하자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후속 협의에 대해 “사실상 (위안부 협의가) 정례화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측이 지난 2월 우리 측에 위안부 문제를 올해 안에 타결짓자는 입장을 통보했다는 교도통신 보도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양측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자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로만 한정돼 진행됐던 이번 협의와 달리 후속 협의는 한·일 간 다른 포괄적 현안도 같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하라 국장도 후속 협의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일·한 사이에는 여러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위안부 의제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해결 역시 더욱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협의 자체에 의미, 해결 전망은 불투명=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관건은 과연 일본 정부가 얼마나 해결 의지를 갖고 전향적으로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일본이 취하고 있는 입장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법적 책임 인정 및 실질적 보상과는 거리가 멀다.
일각에선 일본이 ‘주한 일본대사의 사과, 인도적 조치를 위한 자금 지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총리의 서한 발송’ 등이 담긴 2012년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제안에 인도적 책임을 지는 정도의 해결 방안을 더해 들고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에 비해 한층 보수화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이런 수준의 카드를 또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