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여행 취소하려던 아들 여객선측이 못내리게 했는데…” 어머니 오열
입력 2014-04-17 03:31
16일 오전 9시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식당으로 출근한 정모(여·경기도 광명)씨는 무심결에 TV 뉴스를 보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고 있는 여객선 ‘세월호’가 보였다. 전날 밤 아들과 예비 며느리가 제주도로 여행 간다며 탔던 그 배였다. 정씨의 아들 이도남(38)씨는 결혼을 앞둔 약혼녀 한금희(38)씨와 들뜬 마음으로 배에 올랐다. 차까지 싣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정씨는 곧장 세월호를 운영하는 인천의 청해진해운 본사로 달려갔다. 가는 내내 뉴스 속보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였다. 정씨는 청해진해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오열을 터뜨렸다. 직원들에게 “아들과 연락이 안 된다”며 생사를 물었다. 하지만 직원이 갖고 있는 구조자 명단에 아들과 약혼녀의 이름은 없었다. 정씨는 직원이 마련한 의자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들과 연락이 안 된다는 말만 연신 되풀이했다.
마지막으로 통화한 건 15일 오후 9시쯤이었다. 예비 며느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정씨는 “어젯밤 며느리가 전화해서 이제 (배가) 출발한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면 연락하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세월호는 15일 오후 6시 30분 출항 예정이었지만 짙은 안개로 9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이씨와 한씨는 안개가 너무 심하고 출항이 늦어지자 여행을 취소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배에 실은 차를 다시 내릴 수 없다는 여객선 관계자의 말에 그냥 배를 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정씨는 “며느리가 전화해서 ‘차만 싣지 않았으면 그냥 어머님께 갈 텐데…’라고 했다”며 “여객선 측에 문의했더니 차를 빼기 어렵다고 해서 그냥 기다렸다가 출발한다더라”고 전했다.
청해진해운 본사에는 정씨를 비롯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구조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한 몇몇 가족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아갔지만 확인이 안 된 이들은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의 옷을 붙잡으며 “빨리 확인 좀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인천=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