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잇단 실책에도 ‘옐로카드’만… 안보·경제 라인 봐주기

입력 2014-04-17 03:04

朴대통령의 흔들리는 인사원칙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경고만 하고 넘어가자 안보·경제 라인을 유독 ‘편애’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은 15일 “송구스럽다”는 표현까지 쓰며 대국민 유감 표명을 했다. 하지만 전국가적 파문을 일으킨 최고 정보기관 수장인 남 원장에게는 다시 기회를 줬다. 증거를 조작하고 블랙(비공개) 요원과 협조자들의 신원이 드러나는 등 국정원의 불법·무능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정작 남 원장에겐 직접적인 책임을 묻지 않았다. 앞서 북한의 소형 무인기 침투 사태도 영공을 방어하지 못한 명백한 안보실패 사례로 지목됐다. 사후 수습 과정에서도 군은 심각한 허점을 노출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무인기가 발견된 지 9일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았다. 박 대통령이 “심각하게 봐야 한다”며 군 당국을 공개적으로 질책하자 김 장관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경고에 그쳤다.

지난 1월엔 일부 신용카드사들의 고객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가 터졌고 당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리석은 사람이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는 발언으로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금융정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국민 정서에 반하는 실언까지 한 경제 당국의 책임자에 대해 여론의 비난이 거세게 일었지만 박 대통령은 “재발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말로 ‘면죄부’를 줬다.

반면 지난 2월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부적절한 언행으로 전격 경질됐다.

집권 2년차에 주력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와 안정적인 국정운영, 안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핵심 인사들을 교체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인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청문회에서 논란이 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상황도 감안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일관성 없는 용인술을 두고 대통령이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에서는 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굳게 신뢰하는 인사에게만 다시 기회를 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신뢰받는 정부’는 박근혜정부가 선정한 14대 전략별 국정과제에 포함된 항목이다. 최근 현 정권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안보·경제 관련 부처에서 잇따라 뼈아픈 실책을 저질러 정부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그래도 최고 책임자들은 문책에서 비켜가고 있다. 무너진 인사 원칙에 국민 60% 이상 지지를 받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까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