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명 탄 여객선 침몰… 280여명 사망·실종 '대참사'
절반 이상 선박에 갇혀… 수학여행길 고교생 희생 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교생 325명 등 462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해 28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지 않아 탑승객의 절반 이상이 뒤집혀 침몰한 배 안에 갇혔다.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재난대응 시스템이 빚어낸 후진국형 대형 참사다.
오전 8시58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 남서쪽 3㎞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6825t급)가 침수 중이라고 목포 해양경찰청 상황실로 조난신고를 했다. 세월호는 30분 후인 오전 9시30분 좌측으로 기울며 침수가 빠르게 진행됐고 오전 11시10분쯤 완전 전복돼 침몰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후 11시30분 현재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정차웅(17) 임경빈(17) 권오천(17)군과 여객선 선사 직원 박지영(22·여)씨 등 5명이 숨지고 283명이 실종됐다. 175명은 구조됐으며 부상자 50여명은 진도, 해남, 목포 등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생존자는 선장 포함 승무원 17명, 학생 75명, 교사 2명, 일반인 18명, 신원 미확인 63명이다.
승객 유모(57)씨는 “‘쿵’ 소리가 나더니 배가 갑자기 기울었다”며 “선실 3층 아래는 식당, 매점, 오락실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던 사람은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경은 선체에 실종자 대부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직후 여객선 측이 “위험하니 구명조끼를 입고 현 위치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신속히 대피하지 못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고 선박은 전날 짙은 안개로 예정시간보다 2시간30분가량 늦은 오후 9시쯤 인천여객터미널을 출항해 제주로 향하는 길이었다. 여객선에는 3박4일 일정의 수학여행길에 오른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여행사 직원 1명, 일반 승객 89명, 승무원 33명 등 모두 462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가 나자 민·관·군·경은 90척의 경비정과 함선, 어선, 18대의 헬기와 항공기 등을 동원하고 해군 특수부대 요원과 특전사·해경 요원 350여명을 투입해 실종자 구조 및 수색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사고 해역의 물살이 빠르고 수중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군과 해경 잠수부대원은 뒤집힌 선박 내부로 진입해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날이 어두워지면서 오후 8시쯤 선체 수색작업을 중단했다.
해경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박모 기관장 등 승무원들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쿵’ 소리가 나더니 배가 갑자기 기울었다” “배 바닥이 긁히는 ‘지지직’ 소리가 났다”는 생존자들의 진술로 미뤄 안개로 출항이 늦어진 여객선이 제주 입항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지름길 항로를 택했다가 암초에 부딪쳐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본부는 오후 1시30분 구조자 수를 368명으로 발표했다가 3시간쯤 지나 실종자 수를 293명이라고 발표하는 등 구조자 및 실종자 수 집계에서 혼선을 빚었다. 탑승객 수도 오후 밤까지 459명으로 잘못 파악하는 등 대형사고 수습에 허점을 드러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팀장=김용백 부국장
△강준구 김유나 박세환 박요진 전웅빈 조성은 황인호(사회부) 김도영 김영균 라동철 이종구 장선욱 정수익 정창교 최정욱(사회2부) 김지훈 서영희(사진부)
[진도 여객선 침몰] “아이들을 돌려주세요”… 절규의 바다
입력 2014-04-17 05:35 수정 2014-04-17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