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될까 걱정에… 초등학교 입학한 두 할머니

입력 2014-04-17 02:21


“우리 지역 학교도 살리고, 못 배운 한도 풀고 있지요.”

학생 수가 해마다 줄어드는 시골 초등학교에 할머니 2명이 입학, 증손주뻘 되는 동기생들과 함께 1학년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서점순(71) 양길순(66)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할머니들은 지난달 전북 남원 대강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전교생이 46명인 이 학교는 올해 12명이 졸업했다. 하지만 신입생이 7명에 그쳐 전교생이 46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두 할머니를 제외하면 어린이 5명만 입학했다.

주민들은 1925년 개교해 9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지만 이 추세라면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생겼다.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는 두 할머니는 학교 폐교를 막고 배움의 기쁨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큰 용기를 냈다.

두 할머니는 한 달 전 난생 처음 ‘ㄱ’ ‘ㄴ’ ‘ㄷ’ 등 한글을 깨우치기 시작해 지금은 ‘학교’ ‘운동장’ 등의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서 할머니는 16일 “며느리가 ‘힘든 농사일을 좀 쉬고 하고 싶은 일을 하시라’며 가방과 노트, 연필을 사줬다”고 고마워했다.

할머니들은 나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미 유치원에서 한글을 다 배운 ‘급우’들과 비교해 학습 진도가 떨어져서다. 하지만 학교 측은 “앞으로 손주들의 편지와 버스 노선을 스스로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어르신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고 귀띔했다. 가끔 먹을 것을 싸가지고 등교해 어린 동기생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강미애 교장은 “할머니들이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즐겁게 생활하고 계셔서 안심이 된다”며 “두 할머니의 입학으로 학교 분위기가 더 활기차졌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4시간 수업을 받고 점심을 먹은 뒤 하교한다. 학생들과 같이 걷거나 학교버스를 타고 등교하지만 방과후 학교는 참석하지 않는다.

양 할머니는 “광주에 사는 막내 손주가 나처럼 초등학교 1학년생인데 내 교과서를 보고 자기도 배운 내용이라며 말하는 모습이 귀여웠다”며 “가족들은 건강이 허락하면 중·고등학교도 다녀 보라고 용기를 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남원=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