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 목사 소천 14주기 ‘성결·포용·청빈’의 삶 배운다
입력 2014-04-17 02:47
오는 19일 고 한경직(1902∼2000·사진) 전 영락교회 원로목사의 14주기를 앞두고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16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기념예식이 치러진 데 이어 지난 9일 숭실대 기념강연회에서는 그가 생전에 보여준 신실한 신앙인으로서의 삶이 재조명됐다. 극동방송과 CBS는 특집방송을 마련했다.
1992년 6월 18일.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 수상기념 축하예배에서 한 목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나는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나는 신사참배를 했습니다. 이런 죄인을 하나님이 사랑하고 축복해 주셔서 한국교회를 위해 일하도록 이 상을 주셨습니다.” 당대 한국에서 가장 큰 교회를 담임했던 그가 이 땅을 떠나면서 남긴 것은 오래된 지팡이 하나뿐이었다. 한 목사는 청교도적 원칙 아래 진실, 성결, 근면, 절제의 삶을 몸소 보여줬다.
한 목사는 교회연합의 모델도 제시했다. “다양성 속 일치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외쳤던 그는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 군복음화후원회 조직,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출범 등 20세기 후반 교회 연합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사회봉사와 사회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목사는 생전에 “주님께선 죄인의 영혼구원뿐만 아니라 병자를 고치시고 주린 자를 먹이셨다”며 대광학교, 보린원(고아원), 선명회(월드비전)를 설립·운영하고 ‘사랑의쌀나누기운동’ 등을 통해 교육, 의료, 복지, 통일 사업에 매진했다.
한 목사가 주창한 3가지 원칙은 ‘복음을 믿음으로서 죄 사함 받고 의롭게 된다’는 확고한 복음주의 신앙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강단에서 “복음주의 신앙은 신(新)신학이나 자유주의신학과 대립되며, 성경 중심주의, 그리스도 중심주의, 십자가 중심주의 신앙을 뜻한다”며 이신득의(以信得義)의 신앙을 굳건히 지켰다.
박용규 총신대 교수는 “한 목사는 온건한 복음주의 정신으로 진보주의를 포용한 청빈과 겸손의 성자”라면서 “교회 지도자들은 20세기 한국교회가 낳은 가장 위대한 지도자의 삶을 따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