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스페이스 공감’ 민정홍·이혜진 PD “음악에만 집중했더니 10년간 뜨겁게 ‘공감’ 해주셨다”
입력 2014-04-17 02:17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
매주 월∼목요일 오후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댄스, 힙합, R&B, 재즈, 록, 국악 등 다양한 장르와 국적의 뮤지션이 오르는 156석의 작은 무대. EBS ‘스페이스 공감’(이하 ‘공감’)이 이번 달 10번째 생일을 맞았다. 매주 목요일 밤 12시5분. 이 공연의 열기는 전파를 통해 안방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된다. 17일에는 1019회 ‘아름다운 순간에 관하여’, 1020회 ‘사뿐 사뿐 봄 햇살 따라’편이 이어 방송된다.
10주년을 맞아 한 달간의 긴 생일 파티를 꾸려가고 있는 민정홍(37), 이혜진(30) PD를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EBS에서 만났다. 민 PD는 2011년부터, 이 PD는 2013년부터 ‘공감’과 함께 했다.
“‘공감’을 대표하는 10개의 키워드. 패기, 절정, 외침, 청춘, 자유, 독창, 어울림, 무브, 낭만, 발견에 맞춘 특별 무대를 만들고 있어요.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이승환, 시나위, 김창완, 전인권, 잠비나이, 위 러브 재즈, 이디오테잎, 이상은까지…. 국내 대표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요. 새 노래를 ‘공감’에서 처음 공개해주신 분도 계시고요. 출연진 모두 더 정성껏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이 PD)
2004년 4월 ‘신영옥과 슈퍼밴드’의 공연으로 문을 연 ‘공감’은 지난 10년간 2324회(17일 기준)의 무대를 만들었다. 스타 뮤지션만 돋보이는 시대에 다양한 장르와 숨겨진 뮤지션들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우직하게 한길을 걸어왔다. 의미가 담긴 공연도 여럿 선보였다. 예컨대 방송 1000회를 맞은 지난 2월 6일 ‘당신을 기억할게요-이야기해주세요’ 편에선 지난해 10월 발매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헌정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두 번째 노래들’에 참여한 여성 뮤지션들이 무대에 섰다.
“‘공감’에서만 할 수 있는 공연이라 생각했어요. 섭외하고 조율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관객들도 무겁지 않게 즐기며 감동을 느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민 PD)
신인들의 등용문으로도 큰 역할을 해냈다. 2007년 시작된 ‘공감’의 헬로루키(신인)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까지 총 109팀의 뮤지션이 세상에 소개됐다.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데이브레이크 등 이제는 잘 알려진 뮤지션들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됐다. 이번 10주년 행사의 피날레 무대(30일)에도 헬로루키로 선정된 팀이 오른다.
국내 뮤지션들뿐 아니라 팝 가수 제이슨 므라즈, 록 밴드 뱀파이어 위캔드, 기타리스트 랠프 타우너 등도 ‘공감’을 찾았다. 제이슨 므라즈의 경우 2006년 내한 당시 미 발표곡 ‘아임 유어스(I’m yours)’를 처음 공개했는데, 이후 이 곡은 3집 앨범(2008)에 타이틀곡으로 실려 큰 사랑을 받았다.
“유럽 재즈계에 ‘공감’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요. 내한하는 해외 뮤지션의 경우 공연 기획사를 통해 섭외를 하거나, 먼저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가끔 메일이나 전화로 ‘공감’에 서고 싶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민 PD)
지난해 말엔 주 5회였던 공연이 주 2회로 줄어들 위기도 있었다. 위기를 돌파하게 된 건 오롯이 뮤지션들과 ‘공감’을 사랑했던 관객들의 애정 덕분이었다. 크라잉넛, 웅산,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은 지난 1∼2월 출연료를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릴레이 공연 ‘공감을 지켜주세요’와 ‘공감하고 싶어요’를 열었다. 이 PD는 “우리도 꾸리기 어려운 최고의 라인업이었다”며 “자발적인 응원에 감사했고 ‘공감’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10년을 이어 온 ‘공감’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민 PD는 “음악을 예능이나 엔터테인먼트로 다루지 않고 음악 자체로 전달하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PD는 “스타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닌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많은 부분을 담아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음악을 그 자체로 아름답고 훌륭하게, 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 ‘공감’이 대중음악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민 PD)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