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하지 않아도 잘∼나가요… 걸그룹 ‘에이핑크’ 상큼한 반란
입력 2014-04-17 02:18
가요계가 핑크빛 물결로 뒤덮였다. 걸그룹 에이핑크(사진)가 4월 둘째 주 지상파와 케이블 음악방송 순위프로그램에서 모두 1위를 석권하며 성공적으로 컴백했다. 여고생 콘셉트의 타이틀곡 ‘미스터 츄(Mr. Chu)’는 상큼하면서도 청순발랄한 분위기로 음원차트에서도 순항 중이다.
이 같은 에이핑크의 선전은 놀라운 일이다. 2011년 ‘몰라요’로 데뷔,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지만 소녀시대와 2NE1이라는 양대 걸그룹에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SES, 핑클 등 1세대 걸그룹의 이미지를 답습한 에이핑크는 당시 ‘곧 사라질 그룹’이라는 혹평까지 들었다.
고전하던 에이핑크는 1년 만에 정규 앨범 ‘위 나네(Une Annee)’를 출시했지만, 여전히 눈에 띄기는 힘들었다. ‘허쉬(Hush)’와 함께 성숙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이에 더해 멤버 홍유경의 갑작스런 탈퇴로 팀은 침체에 빠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반전’은 서서히 찾아왔다. 점점 더 강해지고 섹시해지는 걸그룹의 틈새에서 가녀린 에이핑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주연으로 멤버 정은지가 나서며 압도적인 인지도를 확보함과 동시에 에이핑크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마이 마이(My My)’ 등의 듣기 쉽고 편안한 곡들이 재조명되며 센 음악 속 피로감을 느끼던 대중의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7월 발매한 ‘노노노(NoNoNo)’는 에이핑크에게 첫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안기며 지금의 인기를 누리는 발판이 됐다.
에이핑크의 리더 박초롱은 “그동안 수많은 걸그룹 사이에서 에이핑크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그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KBS ‘뮤직뱅크’ 대기실에서 만난 에이핑크 멤버들은 “아직도 1위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1위의 기쁨은커녕, 트로피를 쥔 순간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고.
에이핑크에게 남겨진 고민은 또 있다. 그룹의 연차가 쌓일수록 청순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 벌써 데뷔 4년차를 맞은 에이핑크가 언제까지 ‘소녀’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나 에이핑크는 당분간은 ‘청순 노선’을 고집할 예정이다.
멤버 정은지는 “나중에 어떤 변신을 할까하는 고민은 아직 과분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보다는 지금의 매력을 충분히 갈고 닦아 더 많은 분들을 저희의 포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