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담하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입력 2014-04-17 03:51
구조에 최선 다하고 대형 안전사고 각별히 경계하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은 우리의 안전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참사의 기억이 잊혀지기도 전에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고교생 등 탑승객 280여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이런 후진국형 참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인명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여객선이 바람 한점 없이 맑은 날 갑자기 좌초한 원인을 조속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배 앞에서 ‘쾅’소리가 나면서 기울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있었으나 수심 등을 고려할 때 암초에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고, 안전 불감증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배가 기울기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침몰했는데도 승무원들이 재빨리 탈출 지시를 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니 평소 긴급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제대로 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한심한 점은 또 있다. 사고수습을 총지휘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사망자 및 실종자 집계를 잘못하는 바람에 실종자 수가 3배 가까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빠른 구조를 통해 사망자와 실종자를 최소화하지는 못할망정 가장 기초적인 집계마저 오락가락해 탑승자 가족들을 비탄에 빠지게 했다. 여객선에 몇 명이나 타고 있었는지조차 헷갈렸다.
이번 여객선 침몰은 대형 사고는 아무 예고 없이 느닷없이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사고가 난 항로를 수없이 오간 초대형 여객선이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침몰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비상사태를 염두에 두고 평소에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신속한 구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여년 전 전북 부안군 위도면 위수도 부근에서 침몰된 서해 훼리호 사건 버금가는 대형 참사로 기록될 수도 있다. 당시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을 태워 안전 불감증이 문제 됐었다. 사고 해역의 물살이 빨라 구조작업이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뒤집힌 배에 완전히 물이 차지 않아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했으면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잊을만하면 이런 대형 사고를 겪는 것은 아직도 위기대처 능력이 미흡할 뿐 아니라 제도적인 허점이 있다는 방증이다. 세월호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고 직후 구명조끼를 입고 질서 있게 대피했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안전은 구호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제도와 문화 속에 뿌리내릴 때 우리 의식에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번 여객선 침몰은 우리 공동체에 대형 사고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가 안전에 관한 총체적인 점검을 통해 확실한 대책을 세우는 것은 물론 국민 개개인도 위기에 대응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매사에 긴장을 늦추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