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14) 미국 종합광고기획사 IMS 안진영 대표

입력 2014-04-17 03:41


美 연방정부 광고 도맡아 수주… “기도로 얻은 하나님 선물”

미국의 작은 방송국 광고 세일즈에서 시작해 15년 가까이 미국 연방정부의 광고를 수주하고 있는 종합광고기획사 ‘이미지 미디어 서비스(Image Media Service·IMS)’를 키워낸 안진영(56) 대표.

지난 15일 여의도 ㈔김창준한미미래재단에서 만난 안 대표는 사업 성공의 비결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긍정적인 성격과 열정, 그리고 적합한 때에 붙여주신 동역자 덕분”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1975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상업미술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진로를 고민하다가 83년 하와이의 한인 기독TV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영세한 교포방송인 탓에 아나운서도 직접 후원광고를 유치해야 했다. 안 대표는 “당시는 힘들었지만 되돌아보면 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였다”며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며, 잘 설득하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자동차 딜러와 은행 등에서 광고를 유치해 당시 진행하던 방송 2시간 중 절반을 광고로 채웠다.

88년 큰언니인 고(故) 안진현(가수 조용필씨 부인)씨가 워싱턴DC에서 운영하던 로비회사에서 광고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안 대표는 “언니가 ‘너의 달란트가 광고 쪽에 있는 것 같다’며 광고 마케팅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89년 가을, 안 대표는 2500달러를 융자받아 IMS를 설립했다. 회사의 이름은 하와이 기독TV방송 대표였던 조태령 목사가 지어줬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워키토키 무전기를 든 채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영업을 했다. 91년 미국 내에선 장거리·국제 전화 광고시장이 활성화됐다. 안 대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 통신 대기업인 AT&T의 아시안 마켓 광고 업무를 따냈다. 매년 200만 달러의 광고물량을 획득할 수 있었다.

현재 안 대표의 남편이자, 한인 최초로 미 국회에 진출한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과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다. 안 대표는 당시 현역 의원이었던 김 전 의원의 보좌관 업무를 병행했다. 미중소기업청(SBA) 소위원회 소속이던 김 전 의원은 “미국에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미 정부의 용역을 받는 업체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원의 충고에 따라 1년여 준비 끝에 IMS는 정부 용역업체로 지정받을 수 있었다.

기회는 98년 찾아왔다. 미 연방 상무부 인구조사국이 2000년도 인구조사를 앞두고 조사원 모집(recruit) 업무를 맡을 용역업체를 찾고 있었던 것.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조사는 미국의 정책 결정에 근간이 되는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다. 미 전역에 86만명의 조사원이 필요했는데, 최소 300만명의 지원자 중에 선발을 해야 했다. 여기에 총 150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 받는 큰 사업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인구조사국의 광고계약 담당직원이 IMS가 적합한 업체인지 답사를 오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당시 IMS는 직원이 10명도 안되는 작은 회사였지만 뭔가 긍정적인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답사 며칠 후 인구조사국에 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라는 연락이 왔다. 몇 개 회사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후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출석하고 있는 워싱턴 한인교회로 달려가 기도를 드렸다. “저는 약합니다.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동역자들이 필요합니다.” 99년 부부의 연을 맺은 김 전 의원 역시 함께 기도하며 안 대표를 격려했다.

‘기도와 행동을 같이하자’는 철칙을 가진 안 대표는 전화번호부를 뒤져 모집업무 경험이 있는 미국 회사들에 전화를 돌렸다. 수십 곳의 회사가 도와주기를 거부했다. 포기하려던 찰나 한 곳의 회사가 돕겠다고 나섰다. 지인 등의 소개로 매니저와 디렉터 등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필요한 인재들이 속속 등장했다. 영어는 물론 중국어와 베트남어, 한국어, 필리핀 타갈로그어, 스페인어 등으로 전광판과 인터넷, 라디오와 TV 등 조사원 모집에 필요한 모든 매체의 광고를 제작해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1999년 12월, 인구조사국은 마침내 IMS의 손을 들어 줬다. 이후 업무 수행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목표시한 4개월 전에 목표치를 25%나 초과 달성했고, 발주처인 미 상무부로부터 최우수 회사로 선정됐다.

그 뒤로 IMS는 연방정부의 광고를 도맡아 수주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업무의 90% 이상이 연방 정부로부터 수주 받은 업무다. 경영능력도 인정받아 2001년 미국 인구조사국으로부터 중소기업상을 받았고, 2006년에는 미국 상무부 소수민족기업지원국(MBDA)이 뽑은 ‘50인의 우수 경영자’에도 선정됐다. 국내에서도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세계한민족여성재단이 뽑은 세계여성기업인 30인에 선정됐다.

안 대표는 “기독교방송국에서 일한 것, 언니를 통해 동기부여를 받아 지금의 회사를 설립한 것, 남편을 만나 미 정부용역 업체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것, 인구조사국 조사원 모집업무에 필요한 동역자를 붙여주신 것 등 모두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은 당신을 전심으로 의지하는 이를 도우신다”며 “한국의 크리스천 청년들이 하나님을 의지해 세계시장에서 믿는 자의 능력을 드러내는 일이 많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진영 대표 약력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상업미술 전공 △1984년 하와이 기독TV 아나운서로 입사 △1989년 IMS 창립 △2001년 미 연방 상무부 인구조사국 선정 중소기업상 △2006년 미국 상무부 소수민족기업지원국(MBDA) 선정 ‘50인의 우수 경영자’ △2011년 세계한민족여성재단 선정 ‘세계여성기업인 30인’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