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지구촌 새마을지도자대회
입력 2014-04-17 02:29
1969년 8월 3일. 박정희 대통령은 경남지역 수해복구 현장을 시찰하러 부산 쪽으로 내려가던 중 철로변에 위치한 경북 청도군 신도리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지붕 개량과 농로 포장 등으로 마을 전체가 깨끗하게 정비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10여년 전부터 빈곤 퇴치를 위해 3무(無)운동(노는 사람, 술주정하는 사람, 노름하는 사람 없애기)을 전개하고 있다는 보고에 대통령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박 대통령은 이듬해 4월 22일 시·도지사 회의를 주재하면서 신도리 얘기를 꺼냈다. “우리나라에 이런 마을이 있다니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마을은 우리 스스로 가꾸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자조, 자립의 정신이 중요합니다.” 대통령은 전국의 모든 마을을 신도리처럼 만들자며 ‘새마을 가꾸기운동’을 선포했다.
이후 새마을운동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과 내무부를 앞세워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연계해 강력하게 추진했으며, 그 결과 범국민운동으로 발전했다. 우리 역사에서 나라 발전을 위해 온 국민이 이처럼 똘똘 뭉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새마을운동의 의미는 자못 크다. 박정희정부가 막을 내린 이후 여러 대통령이 시기라도 하듯 새마을운동 관련 기구를 없애고 다른 국민운동을 추진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전두환정부의 사회정화운동, 김영삼정부의 신한국도덕성회복운동, 김대중정부의 제2건국운동이 그것이다.
새마을 조직은 지금도 건재해 18만여명의 지도자를 포함, 211만여명의 회원들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나흘간 우리나라에서 70여개 개발도상국 새마을지도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지구촌 새마을지도자대회’가 열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을 약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마을운동 활성화에 관심을 보이자 안전행정부 등이 적극 따라나선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다시 불지피려는 데 대해 유신독재 회귀 시도라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꼭 색안경을 쓰고 볼 일은 아닐성싶다. 범국민운동 부활 운운하는 것은 우스꽝스럽지만 새마을운동중앙회를 사회봉사 조직으로 키워나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 특히 이번 행사처럼 새마을운동의 좋은 경험을 개도국에 널리 전파하는 것은 국가홍보 차원에서 권장할 만한 일이다. 다만 ‘잘 살기 운동’이 절실한 북한의 대표는 참석하지 않는다니 아쉽긴 하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