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보 유출·제2롯데월드 사고’ 악재 쏟아진 롯데… 야심작 ‘E2 프로젝트’ 도 흐지부지
입력 2014-04-16 03:33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홈쇼핑 납품비리 사건, 잠실 제2롯데월드 안전사고 등의 잇따른 대형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내부 프로젝트가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으며 신동빈 회장의 오너십도 일정부분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신 회장은 15일 골프대회 참석차 미국 하와이로 출국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지난해부터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온라인 강화사업 ‘E2 프로젝트’가 뚜렷한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 채 최근 팀이 사실상 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백화점과 마트, 홈쇼핑 등 유통 계열사 인력 수십명을 모아 ‘정책본부’ 산하에 온라인 사업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F)인 E2 프로젝트팀을 운영해 왔다. 정책본부는 그룹 회장실 격인 조직이다.
롯데는 당초 침체에 빠진 오프라인 쇼핑의 한계를 온라인에서 돌파하기 위해 E2 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TF팀은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 합병과 온라인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소셜커머스 시장 진출 등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정책본부는 지난달 E2 프로젝트팀에 파견된 인원을 전원 원대 복귀시켰다. 현재 TF팀에는 5명 정도가 남아 뒷정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선 검찰이 지난 1월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조사에 들어가면서 그룹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TF팀 해체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의 팀이 해체되면서 기존 TF팀 역할을 온라인 계열사인 롯데닷컴이 떠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E2 프로젝트팀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롯데닷컴이 전 유통 계열사를 아우르면서 전방위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롯데그룹은 이에 대해 “TF팀은 몇몇 사업을 검토해 오다 검토 작업이 끝나면서 인력들이 돌아간 것뿐이다”며 “돌아간 인원들은 검토해 온 사업들을 (각 계열사에서) 적용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들의 업무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 개월씩이나 가동돼온 E2 프로젝트가 아직 뚜렷한 결실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외부에서는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각에는 신 회장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신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계 자리를 놓고 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쟁을 하면서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최근 신 총괄회장이 롯데리아와 롯데로지스틱스의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나면서 후계구도 문제가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신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한국 롯데의 주요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고, 특히 그룹의 핵심인 롯데제과의 지분율을 3.77%까지 높여 동생 신 회장(5.34%)과의 격차도 크게 좁혔다.
그룹 안팎이 혼란스럽고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신 회장은 하와이 오하우섬에서 열리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롯데챔피언십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주말 몇몇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출국했다. 신 회장은 일단 대회가 끝나면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그룹이 스폰서를 맡고 있는 대회여서 2012년부터 매년 참석해 왔다”며 “당연히 가야 하는 자리여서 출국하게 됐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