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구조조정 칼바람… 통·폐합 학과 거센 반발
입력 2014-04-16 03:21
전국 대학들이 교육부의 대학특성화사업과 연계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상아탑’이 휘청거리고 있다. 폐과와 통·폐합 대상이 된 학과 구성원들은 합리적인 기준 없이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 서원대 미술학과 학생 30여명은 15일 오후 2시30분쯤 총장실로 몰려가 학과 통·폐합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 대학은 미술학과와 뷰티학과를 미술뷰티학과로, 경영정보학과와 경제학과를 유통경제정보학과로 각각 통합하기로 했다. 한국교원대는 독어교육과, 불어교육과, 중국어교육과를 한데 묶어 제2외국어학부(가칭)로, 기술교육과와 가정교육과는 기술·가정교육학부로 개편하는 등 입학 정원의 10%를 감축키로 했다.
강원대는 2016학년도부터 사범대학 한문교육과와 가정교육과 등 2개과를 폐과하고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를 합치는 등 모두 9개과를 3개 학부로 통합할 방침이다. 이에 독어불문·불어학과 교수와 학생, 총동문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구성원인 교수, 학생과 협의과정도 없이 진행된 구조조정은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만큼 학과 통·폐합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북대는 글로벌인재학부를 폐지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해 학생과 학부모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 계명대는 2015학년도부터 19개 단과대학을 통합해 14개로 줄이고 내년부터 10여개 학과에 대한 신입생 모집도 중지할 방침이다.
지방 대학들의 이 같은 행보는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키로 한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Ⅰ·University for Creative Korea)’에 따른 것이다. 대학들은 정원을 더 많이 감축할수록 가산점이 높아져 사업 선정에 유리해진다. 대학들은 오는 30일까지 교육부에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해야 이 사업을 유치할 수 있다. 교육부는 올해 이 사업을 통해 전국 60∼70개 대학에 2031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앞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문제는 각 대학들이 학과 충원율과 취업률을 구조조정 기준으로 삼으면서 인문과 자연, 예체능 등 기초학문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대 불문과 총동문회는 “대학이 평가지표 향상에만 몰두하면서 ‘기초학문 죽이기’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전국종합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