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다시 초심으로 (상)] “투자자 돌아오는 봄날 위해”… 신발끈 고쳐 맨다
입력 2014-04-16 03:00
(상) 신뢰회복으로 ‘빙하기’ 돌파
“위기라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라.”(윌리엄 크러치필드 주니어, 크러치필드 CEO)
장기 침체된 주식시장, 불완전판매 시비가 끊임없는 파생상품, 실적이 부진한 펀드…. 고객이 등을 돌리는 자본시장에서 증권사들은 ‘초심론’을 꺼내들고 있다. 점포 감축, 직원 구조조정에 직면한 금융투자업계는 하나같이 “고객과 한 배를 탄 자세로 금융투자업 본연의 자세에 혼을 다하겠다”고 강조한다.
초심으로 돌아간 금융투자업계가 외치는 건 다름 아닌 고객 신뢰 회복이다. 시가총액 업계 1위 삼성증권은 프라이빗뱅커(PB) 평가에 고객 수익률을 반영하는 평가보상제도를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근시안적으로 시장 상황에 맞춰 유망상품을 제시했던 기존 추천상품 제도를 혁파, ‘고객중심 추천상품제’로 체계적인 수익률 관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매월 정기 애프터서비스(AS) 보고서 등 지속적인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 고객이 안심하고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하도록 한 것이다.
‘따뜻한 금융’을 앞세우는 신한금융투자도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갈 계획이다. 올해 경영 목표를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로 삼았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부터 고객의 주식 수익률을 직원 평가에 반영했는데, 올 들어서는 이 평가제도를 주식뿐 아니라 자산 전체로 확대했다. 포트폴리오 배분 차원에서 투자자산을 더욱 확대하고, 절대수익형 운용전략을 통해 시황과 관계없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한다는 의지다.
기업공개(IPO)의 강자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사의 꽃’ 애널리스트의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 리서치 분야에서는 무턱대고 ‘사라’만 외치는 장밋빛 전망 리포트, 미공개 정보 유출·활용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투자증권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준수 여부를 애널리스트 평가에 최대 20%까지 반영하기로 했다. 메신저를 통한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 담당 애널리스트의 외부 메신저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획기적인 방안도 마련했다.
대다수의 증권사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대대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자기자본 업계 1위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7월 대규모 조직개편 시 새로 준법감시본부를 신설했고, 그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부를 만들었다. KDB대우증권은 이러한 고객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펀드 돌봄이 서비스’의 인기도 높아지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펀드의 가입에서 보유, 만기까지 고객의 스타일과 성향에 맞게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종합적인 자산 진단까지 제공하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전통의 강호’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도 금융소비자 보호업무 전담 조직을 꾸리고 진정성 있는 고객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고객의 권익 향상을 위해 금융상품 기획부터 심의, 홍보물 심의, 판매, 판매 후 사후관리, 민원처리까지 전 과정에 걸친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 담당자 지정, 불완전판매 예방, 고객체감 만족도 향상을 위한 평가방법 변경, 민원 점검의 날 등의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다.
펀드영업과 연금은퇴시장 선두주자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 전 직원이 아예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을 선포했다. “미래에셋은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는 핵심 가치를 대내외로 공표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은 전사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중심으로 이행할 것’ ‘금융소비자의 금융 역량과 요구를 고려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 ‘글로벌 자산관리 전문가로서 책임 있는 영업행위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실천할 것’ 등을 결의했다.
최근 대만 1위 증권사인 위안다증권에 인수되며 어두운 과거를 벗어던지려 애쓰는 동양증권도 빠른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양증권 서명석 신임 사장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리테일, 투자은행(IB), 채권영업에 강했던 과거의 명성을 다시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동양증권의 인수는 통상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우 빠르게 매각된 케이스로 꼽힌다. 서 사장은 “단 수개월 만에 회사가 크게 어려워졌기 때문에 빠른 정상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만 1위 증권사의 브랜드를 활용, 신뢰를 회복하고 연간 결산 시 적자를 면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