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김치칵테일’, 넌 누구냐?… 한식세계화 논란으로 확산

입력 2014-04-16 03:05


[친절한 쿡기자] ‘김치칵테일’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그런 게 진짜 있냐고요? 예,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논란거리 중 하나입니다.

지난 13일 유명 맛 칼럼니스트인 황교익 향토지적재산본부 연구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한바탕 웃고 싶으면 한국관광공사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관광공사 업무에 ‘국민 웃기기’가 있음이 분명하다”며 김치칵테일을 소개했습니다.

황 연구위원은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식 세계화 홍보사이트(koreataste.org)에 올라온 김치칵테일을 한식 세계화 실패작의 예로 든 것이죠.

황 연구위원이 올려놓은 사이트 주소로 들어갔습니다. ‘김치 블러디 메리(kimchi bloody mary)’라는 이름으로 제조 과정과 완성된 모습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었습니다. 마늘, 소주, 김치 국물, 토마토 주스 등을 섞어 만든 빨간색 칵테일이었습니다. 얼음과 마늘을 띄워놓고 양념이 된 배추 잎을 세워 담가 놓았더군요. 얼핏 봤을 땐 참신하거나 독창적이라기보다는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학창 시절 회식자리에서 게임에 지면 이거 저거 다 집어넣어 먹게 하는 일명 ‘벌칙주’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미쳤다” “나라 망신이다” “막대한 예산 들여 한다는 한식 세계화가 겨우 이런 것이냐” “보기만 해도 넘어올 것 같다”라는 등 네티즌들의 비난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괴음료’라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관광공사를 비난할 필요까진 없는 것 같습니다. 김치칵테일이 올라온 코너는 네티즌들이 자신만의 음식 제조법을 올리고 반응도 볼 수 있는 블로그 공간이었습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김치칵테일을 올린 네티즌은 한국인도 아닌 ‘AnsanAnswer’라는 아이디의 외국인입니다. 이 외국인은 김치에 관심이 많은지 ‘김치 초콜릿’ 만드는 법도 올렸더군요,

김치칵테일로 시작된 갑론을박은 한식 세계화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음식 자체의 모습이 세계화의 가장 큰 힘” “현지화란 명분으로 자꾸 이상한 걸 만들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우리 관점만 강요해선 세계화가 될 수 없다” “세계화를 하려면 내가 아닌 상대의 취향부터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습니다.

무언가를 세계화시킨다는 것을 ‘A는 B다’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설명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나의 눈에 이상하다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이상할 거라고 쉽게 가정해 버리는 게 세계화에 맞는 사고가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지 않을까요. 때아닌 김치칵테일 논란이 세계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김치칵테일 맛은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