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바마, 訪韓 앞서 일본에서 해야 할 일 있다

입력 2014-04-16 03:0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5∼26일 방한한다는 청와대의 공식발표가 있었다. 일본(23∼25일), 말레이시아(26∼28일), 필리핀(28∼29일)도 방문한다. 방문국에서 보듯 오바마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아시아에서 날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4차 핵실험을 예고하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불장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의 핵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역내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주요 목적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정책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예산 부족 등으로 미국 내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가 이번 아시아 4개국 순방에서 뚜렷한 외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더한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확고한 한·미·일 3국 공조 구축이다. 대북한 정책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3국 공조가 강력하게 작동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한 축을 이루는 한·일 관계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넘게 단독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회담 후 일본의 거듭된 도발로 한·일 관계는 한 발짝의 진전도 없다. 한·일 관계 정상화 없이 굳건한 한·미·일 공조를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 원인과 책임이 일본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빈틈없는 한·미·일 공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브레이크 없는 아베정부의 우경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의 국가이익은 물론 세계 정의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우리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이 같은 우리의 확고하고도 강력한 입장을 오바마 행정부에 각인시키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오는 25일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오바마 회담은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을 포함해 두 정상의 세 번째 만남이다. 그런 만큼 두 나라 간 철통같은 혈맹체제를 재확인함으로써 결코 북한의 불장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장(場)이 돼야 한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지금보다 더한 응징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감히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싹을 잘라야 한다. 아울러 북한을 대화 무대로 나오도록 유도할 수 있는 보다 진전된 유인책도 내놓았으면 한다.

오바마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사전과 사후에 충분한 설명을 통해 중국이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