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장사 통한 재벌가의 배당잔치 꼴불견

입력 2014-04-16 03:05

재벌 총수 일가가 기업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순익보다 훨씬 많은 배당금을 받거나 적자가 발생한 기업에서도 배당금을 챙기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건전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될 파렴치한 일들이 아닐 수 없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현대유엔아이는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내고도 현정은 회장과 장녀 정지이 전무에게 모두 14억원을 배당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는 비상장사 광영토건으로부터 배당금 100억원을 받았다. 이는 광영토건이 지난해 올린 순이익 7억7000만원의 13배가량 되는 규모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도 아이팩으로부터 순익의 6배인 150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지난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당기 순익에 대한 현금 배당액의 비율)이 1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배당을 받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사돈 관계인 신용인 삼우 대표는 삼우에서 사실상 순익의 전부인 34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 주주를 허탈하게 만드는 사례가 하도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다. 총수가 있는 33대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420곳이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재벌 총수 일가의 엇나간 배당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경영을 통해 순익을 낸 기업이 주주에게 적절한 배당금을 주는 것은 필요하고 적극 권장할 일이다. 신규 투자를 위한 재원, 종업원 보상금, 일정 수준의 유보금을 먼저 떼어놓고 배당을 하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이런 점에서 총수 일가가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준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거나 적자 기업에게서조차 거액의 배당금을 뜯어가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반(反)기업적인 행위다. 회사의 생존과 발전은 안중에도 없이 사리사욕만 채우고 일반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대주주의 일탈을 막을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경영 성과에 비례한 합리적인 배당 기준도 만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