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호作 ‘시선’ 4월 17일 개봉… 기독 영화 전성시대

입력 2014-04-16 03:32


한국 영화계의 거장(巨匠) 이장호(69) 감독이 만든 기독교 영화 ‘시선’이 17일 개봉된다. 선교를 소재로 한 극영화다. 별들의 고향(1974) 바람 불어 좋은 날(1980)로 유명한 이 감독이 천재 선언(1995) 이후 1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시선은 가상의 이슬람 국가 ‘이스마르’로 선교를 떠난 한국인 8명과 이들의 가이드 겸 현지 선교사 조요한(오광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이슬람 반군에 피랍된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샘물교회 단기 선교단 이야기가 연상된다. 그러나 이 감독은 “연출 과정에서 샘물교회 선교단의 수기나 인터뷰를 참고했지만 그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일본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에서 영감을 받았다. 시선은 순교(殉敎)와 배교(背敎) 사이에 갈등하는 연약한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배우 오광록은 연기 30여년 만에 첫 주연을 맡았다. 그는 돈벌이에 혈안이 된 선교사로 나온다. 이 감독은 “오씨는 열정적 연기를 했다. 그의 연기에 의존해 영화를 촬영했다”며 극찬했다.

영화 촬영 후 고인이 된 박용식 장로는 극 중에서 “지금 여기서 죽으면 바로 천국 가는 거지! 하이웨이 투 헤븐(Highway to heaven)”이라고 말한다. 박 장로는 지난해 ‘시선’ 촬영차 캄보디아에 다녀온 후 패혈증으로 그해 8월 숨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수준 높은 기독 영화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된 ‘블랙가스펠’(2013)에는 양동근 정준 김유미가 출연했다. 3명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제작의 축이 된 히즈엠티히스토리에는 이임주 프로듀서 등 상업 영화계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있었다. 40여만명이 관람한 ‘신이 보낸 사람’은 연기파 배우 김인권이 주연을 맡았다. 시선은 지난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김준영 문화선교연구원 기획실장은 “영화계에 종사하는 크리스천들이 제작에 적극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 장르도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교계에서 큰 관심을 받은 소명(2009∼2013) 시리즈는 선교사의 삶을 다큐 형식으로 다뤘다. 회복(2009) 용서(2010) 제3성전(2013)도 다큐였다. 김 실장은 “다큐 형식에 피로감을 느낀 관객들이 극영화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영상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데 비해 국내 기독 영화의 수준이 아직 높지 않다”며 “영화 ‘노아’ 논란이 보여주듯 크리스천들의 시선이 경직돼 다양한 영화 제작을 가로막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