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슈퍼 갑’ 롯데홈쇼핑
입력 2014-04-16 03:05
#세계 최초의 TV홈쇼핑 업체 HSN(Homeshopping Network)은 1982년 미국 탬파베이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로이 스피어가 이 회사를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전기 깡통따개 때문이었다고 한다. 77년 플로리다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던 그는 한 광고주로부터 현금 대신 100여개의 전기 깡통따개를 광고비로 받고는 고민하다가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에게 팔아 달라고 부탁했다. 토크쇼 도중 청취자들에게 “멋진 깡통따개가 있으니 구입하시오”라는 말이 전해지자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TV가 아닌 라디오를 통한 판매였지만, 홈쇼핑의 출발점은 이때라고 기록돼 있다.
현재 미국의 최대 홈쇼핑 업체 QVC(Quality Value Convenience)는 HSN보다 5년 늦게 문을 열었다. HNS가 저소득층을 집중 공략한 반면 중상류층을 겨냥한 QVC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이후 홈쇼핑은 소위 잘사는 국가들로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 TV홈쇼핑의 역사는 95년부터다. 현재의 GS홈쇼핑이 사업권을 따내 첫 방송을 내보냈다. 시작은 미미했다. 제품을 생산하는 많은 제조업체들이 홈쇼핑의 위력을 반신반의하면서 납품을 주저하는 바람에 홈쇼핑 회사들은 제품을 공급할 업체를 찾아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방송을 통해 제품이 팔려나갈까”라는 제조업체들의 우려는 1년여 만에 해소됐다. 만능녹즙기 등 히트상품들이 쏟아져 나오자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20년이 흐른 요즘 홈쇼핑은 없어서는 안 될 대형 유통망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홈쇼핑 이용자는 1500여만명이며, 시장 규모는 9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 규모의 성장만큼 홈쇼핑 회사의 책임감도 커져야 정상이지만 정반대였던 모양이다. 검찰 수사가 절정에 이른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이 이를 증명한다. 롯데홈쇼핑은 출연을 원하는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슈퍼 갑(甲)질’ 행태를 노골적으로 보였다. 출연 여부와 어느 시간대에 방송할지에 대한 권한을 악용해 간부들이 제조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챙긴 것이다. 이 회사 전무와 상무, 이사가 구속된 데 이어 신헌 대표도 사법처리될 예정이다. 신 대표는 본인이 직접 검은돈을 받고, 간부들에게서도 상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 전체가 썩은 셈이다.
과연 롯데홈쇼핑뿐일까. 정부는 차제에 홈쇼핑 회사들의 거래 구조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